[the300]한미일 협력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 이재명 대통령의 '선(先) 일본 후(後) 미국' 순방 긍정적 평가
[도쿄=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08.23. |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17년 만의 공동언론발표문 채택과 셔틀외교 재개라는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 특히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한 한일 관계 발전이라는 시그널을 이번 회담을 통해 보인 만큼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유리한 지점을 도출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엔 이르지 못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 진전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번을 계기로 한일 셔틀외교가 재개됐다. 이 대통령은 "오늘을 계기로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가 재개된 것으로, 이는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 후 한일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셔틀 외교가 한일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최초의 사례로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본격화하는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캐나다에서 첫 회담을 가진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서 합의한 내용을 '공동언론발표문'으로 공개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 결과를 문서 형식으로 발표한 것 역시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발표문을 통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양국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방향, 수소·AI(인공지능) 등 실질협력 방안, 한반도 비핵화 등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협력 방안 등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발표문에 담았다.
(서울=뉴스1) =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이해관계 공유가 이뤄진 점도 이번 회담의 중요 성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관점에서 한미일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한미일 공조 강화의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이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통해 이시바 총리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경험을 공유받고, 이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뤄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루비오 장관은 "이 대통령이 일본을 먼저 방문하고 미국을 찾는 것은 현명한 선택으로 본다"고 평가하는 등 미국 측에서도 이 대통령의 '선(先) 일본 후(後) 미국' 순방 일정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AP/뉴시스] 16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미타마 마쓰리가 열려 방문객들이 노란색 등불 아래 사진을 찍고 있다. 1947년 전몰자 추모를 위해 시작된 미타마 마쓰리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해마다 열리는 여름 축제로 3만 개 이상의 등불이 경내를 장식해 조상을 기리고 소원을 비는 방문객들을 맞는다. 2025.07.17. |
다만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달리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양국 공동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이 말하는 '역대 내각의 입장 계승'은 일본 정부가 과거 여러 내각의 과거사 입장을 원칙적으로 계승한다는 의미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이전 내각들의 입장을 인정한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직접적이고 분명한 사죄나 반성은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도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현안이 다뤄진 것과 관련해 "과거 문제, 구체 현안에 대한 논의였다기보다는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 또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룸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수용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철학적 인식 또 기본적 접근에 대한 논의였다"며 "그 과정에서 이시바 총리가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존경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추궁하기보다는 경제·안보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하되 과거사 문제에서는 기본적 원칙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우리가 추궁한다고 해서 지금 원하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경제·안보에서의 협력을 우선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원리원칙을 주장하고 과거사 문제가 쟁점화될 때 다시 풀어나가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시바 내각도 이전 내각과 달리 '반성'을 거론하는 등 한국과의 과거사에 대해 나 몰라라 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제는 정부가 경제와 안보의 협력을 강조할 때 시민사회계와 학계가 역사 문제를 해소하는 등 외교와 과거사를 분리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