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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뜯어 피 마시며 버텼다” 절벽 추락 6일만에 살아 돌아온 남성

헤럴드경제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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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뜯어 피 마시며 버텼다” 절벽 추락 6일만에 살아 돌아온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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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노르웨이 서부 폴게포나국립공원에서 산행 중 추락한 미국 저널리스트인 알렉 루언(38)이 실종 전 아내에게 보낸 사진 [알렉 루언 페이스북]

지난달 31일 노르웨이 서부 폴게포나국립공원에서 산행 중 추락한 미국 저널리스트인 알렉 루언(38)이 실종 전 아내에게 보낸 사진 [알렉 루언 페이스북]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노르웨이 폴게포나 국립공원에서 홀로 산행을 하다 6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미국 저널리스트의 생존기가 화제다. 그는 살기 위해 소변을 마시고 풀을 먹었으며 심지어 손의 물집을 터뜨려 피를 마셨다고 털어놨다.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에서 일한 기후 전문 저널리스트 알렉 룬(36)은 노르웨이 구조 헬리콥터에 발견돼 구조된 지 2주여 만인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살아있어서 감사하다”며 자신의 생존기를 털어놨다.

영국에 거주하는 룬은 지난달 31일 노르웨이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가 있는 폴게포나 국립공원의 오다에서 하이킹을 하다 실종됐다. 아내이자 기자인 베로니카 실첸코는 남편이 4일 예정된 베르겐발 영국행 항공편에 탑승하지 않자 당국에 실종을 신고했다.

룬은 인터뷰에서 하이킹 첫날 일어난 사고를 떠올리며 “정말 끔찍하고 끔찍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떨어지자마자 거기에서 나올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며 “누군가 내가 실종된 것을 알아챌 때까지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순식간에 가파른 산비탈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큰 바위에 부딪히면서 완전히 추락하는 사고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대퇴골이 두 동강 나고 골반 세 군데, 척추뼈 여섯 개가 골절됐다. 룬은 “부러진 다리를 움직이려고 하면 ‘펄쩍펄쩍’ 움직였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ABC와 인터뷰 중인 알렉 루언 [ABC]

병원에서 ABC와 인터뷰 중인 알렉 루언 [ABC]



더 큰 문제는 추락하면서 휴대전화는 물론 생수병과 식량 대부분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다행히 침낭과 소량의 간식이 든 배낭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거동도 불편한 상황에서 물도 없이 살아남아야 했다. 그는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거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첫날은 날씨가 좋아서 비옷으로 임시 거처를 만들고, 침낭에 몸을 웅크린 채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물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목이 너무 말라 배낭에 든 그래놀라 바와 땅콩을 먹으려 했지만 ‘콘크리트 반죽’ 같아서 삼킬 수가 없었다고 했다.

목마름이 극심해지자 그는 손의 물집을 터뜨려 피를 마셨고, “물 없이 3일을 버티기 힘들다”는 어린 시절 배운 사실을 떠올려 빈 물주머니에 소변을 받아 마셨다.

사흘째에는 다행히 비가 내리면서 그는 침낭 주름에 고인 빗물을 모아 마실 수 있었다. 그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물이 너무 보고 싶었다. 물 한 방울이라도 핥아 먹은 기억이 난다”며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비가 멈추지 않아 그는 젖은 채로 추운 밤을 버텨야 했다.


8월 4일 아내가 실종 신고를 하면서 구조대가 수색에 나섰지만, 악천후로 초기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룬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고, 그의 눈앞에는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구름만이 펼쳐져 있었다.

이틀 후 재수색에 나선 노르웨이 구조 헬리콥터 팀은 룬을 드디어 발견했다. 룬은 헬리콥터가 그를 보지 못하고 근처를 지나가자 좌절했으나 헬리콥터가 다시 돌아오자 빨간 천 조각을 지팡이에 묶어 흔들었다. 그는 “마침내 헬리콥터 문이 열리고 누군가 저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그 순간,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폴게포나 빙하 주변 지역에서 알렉 룬을 찾기 위해 노르웨이 적십자사가 수색에 나섰다 [적십자사]

폴게포나 빙하 주변 지역에서 알렉 룬을 찾기 위해 노르웨이 적십자사가 수색에 나섰다 [적십자사]



룬은 노르웨이 베르겐에 있는 하우켈란트 대학 병원으로 헬기로 이송됐고, 그날 밤 부모님과 아내를 만났다. 룬은 대퇴골 골절과 골반 및 허리 골절 외에도 양쪽 발에 심한 동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치료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영국으로 옮겨 회복할 예정이다.


룬은 노르웨이 구조대와 병원 직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하이킹을 할 때는 안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리 새로운 신발을 준비하지 않고, 추적 장치가 있는 위성 전화를 가져가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룬은 “산에 가는 건 멋진 일이고, 항상 멋진 새로운 루트가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가족에 대한 사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제가 좀 잊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족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건 정말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