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월 원산에 대규모 복합 리조트 개장
연간 100만 명 관광객 목표 달성 가능성 낮아
남북 교류가 해법... 당장 현실화엔 복잡한 실타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 당일 "그(김정은)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북한 해안가에 콘도를 지어 관광객을 크게 유치할 수 있다는 거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에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설득하며 제재 완화를 통한 미국 투자로 원산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관광을 통한 북한 경제 부흥을 유인책으로 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아름다운 해안' 얘기를 다시 꺼낼지 주목됩니다. 관광을 고리로 북미 또는 남북미 대화를 시작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개별 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도 아니어서 의지만 있으면 당장 실행이 가능합니다. 상호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하고 남북 간 간극이 워낙 커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북한은 지난 6월 원산에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완공해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원산갈마해안 관광 지구'입니다. 개장식에는 1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명품 가방을 걸치고 등장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죠. 갈마반도 해변 5.5km에는 객실 2만 실을 갖춘 고급 호텔과 리조트 등이 들어섰습니다.
연간 100만 명 관광객 목표 달성 가능성 낮아
남북 교류가 해법... 당장 현실화엔 복잡한 실타래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6월 24일 열린 원산갈마해안지구 준공식에서 해변을 둘러보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그는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 당일 "그(김정은)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북한 해안가에 콘도를 지어 관광객을 크게 유치할 수 있다는 거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에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설득하며 제재 완화를 통한 미국 투자로 원산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관광을 통한 북한 경제 부흥을 유인책으로 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아름다운 해안' 얘기를 다시 꺼낼지 주목됩니다. 관광을 고리로 북미 또는 남북미 대화를 시작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개별 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도 아니어서 의지만 있으면 당장 실행이 가능합니다. 상호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하고 남북 간 간극이 워낙 커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북한은 지난 6월 원산에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완공해 문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원산갈마해안 관광 지구'입니다. 개장식에는 1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명품 가방을 걸치고 등장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죠. 갈마반도 해변 5.5km에는 객실 2만 실을 갖춘 고급 호텔과 리조트 등이 들어섰습니다.
개점휴업, 북한 고급 리조트 단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주애가 6월 2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 리설주는 약 1년 반 만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붉은 원)로 추정되는 검은색 핸드백을 어깨에 멘 모습이 포착됐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원산갈마해안 관광지구 프로젝트는 2014년 6월 계획이 발표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자금난으로 수차례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10년 만에 완공됐습니다. 북한판 '와이키키 해변'을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해변을 따라 43개 호텔과 인공호수, 캠핑장, 워터파크, 극장,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스페인의 '벤리도름' 해변 휴양지를 벤치마킹하라며 고위급 건축사와 정치인도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공을 들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은 반응이 뜨뜻미지근한가 봅니다. 러시아 일간지의 한 기자는 지난 7월 11∼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따라 북한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리조트를 둘러봤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원산갈마 해안관광 지구에 초대된 첫 외국 고위 인사입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기자의 체험기를 소개했습니다. 기자는 "북한에서 세계적 휴양지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됐다"며 고급스러운 환경을 극찬하면서도 매우 한산한 휴양지의 모습을 꼬집었습니다. 기자가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오전까지 해변은 텅 비어 있었고 호텔 2층에는 아침부터 정장을 입은 남녀가 당구를 치고 있었는데 이들은 늦은 밤까지 당구만 쳤다고 합니다. 또 기자는 "공원 벤치에서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 해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 바 테라스에서 맥주잔을 들고 앉아 있는 사람 등은 강한 햇볕 아래에서 휴가객인 척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주민이 휴양객으로 연출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서비스업 교육 등 남북 교류 당장 해볼 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은 주민들을 조명하며 이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이들은 최상의 문명을 맛보았다며 우리의 생활에 더 좋은 내일이 어떻게 다가서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체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영국 BBC가 입수한 북한 관광청 내부 계획안에 따르면 초기 목표는 연간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였으며, 이 중 상당수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올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BBC가 조사한 중국 내 여행사들 중에는 이 지구를 광고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그나마 3곳이 패키지를 판매 중인데, 이 중 한 곳은 지난 7일 러시아 관광객 12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1인당 여행 경비는 약 1,800달러(약 245만 원)로 러시아 평균 월급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관광객이 본격 유입된다면 일정 정도 성공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 해에만 최대 30만 명의 중국인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중국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고 러시아 관광객까지 유입된다면 적게나마 일부 목표치를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다만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갈마해안 관광지구를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관광객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북한이 관광산업을 살리려면 남한 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남한 관광객뿐만 아니라 대규모 관광단지와 숙박 시설 관리, 서비스 교육, 온라인 예약 플랫폼 등 남한의 전문성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많다는 전망입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원산 등의 관광을 활성화시키려면 여행 프로그램을 패키지화해서 어떤 걸 즐길 수 있고, 어떤 걸 먹고, 어디서 자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서비스업은 경험이 축적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교류 등에서 제한이 풀리고 서비스 역량 강화에 남한의 전문인력이 돕는다면 (물자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 만큼) 당장 가능한 부분도 많다"고 짚었습니다.
북한 관광산업 성공 방안은 남북 협력뿐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
무엇보다 남한과 교류가 가능해지면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산, 금강산은 남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고, 10년여 이어진 금강산 관광에서도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원산의 해변은 예부터 명사십리(모래가 울리는 10리 해변)라고 불릴 만큼 손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였습니다. 이곳은 모래가 곱고 물이 맑아 '조선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원산은 194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사람들이 기차(경원선) 타고 놀러 가는 인기 관광지였다고 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원산이나 금강산은 남한 사람들에게 의미 깊은 관광지이지, 소치나 튀르키예 등에서 휴가를 보내는 러시아인이 유명 관광지를 놔두고 원산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이미 폭발적 호응을 통해 북한의 확실한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후 10년 동안 약 200만 명의 남한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과거 남북 교류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금강산 관광의 경우 10년 동안 다녀간 193만 명이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이었다"며 "남북관계를 단절하고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관광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북한 민간 관광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장관 접견실에서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 전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등을 만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됐다면 올해 여름 원산 갈마해안 관광지구의 개장과 더불어 한반도의 풍경이 사뭇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강산은 설악산에서 (북한) 원산갈마로 가는 길목이자 경유지"라며 "관광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도 아닌데 아쉬움이 아주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생각만큼 관광을 통한 협력 물꼬 트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측이 대북 유화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관심도 없고, 태도를 변화시킬 의향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간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실상 관광의 모든 과정에 제한이 가해질 요소는 많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주도해 만들어진 원산 갈마해안 관광지구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한과 협력하는 것밖에 없다"면서도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포하고 경의선을 끊어버린 상황에서 북한 관광을 다시 재개하기에는 간극이 너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 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북한 관광은 당장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