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경복궁 광화문 석축에 남겨진 낙서 흔적. 국가유산청 제공 |
최근 경복궁 정문 광화문에 적힌 매직 낙서를 지우는데 1000만원 가까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2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복궁관리소는 지난 11일 70대 남성이 작성한 광화문 석축의 낙서 흔적을 제거하는 비용으로 최소 850만원이 쓰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레이저 장비 등 전문기기를 대여하는 데 쓴 비용과 각종 물품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당시 낙서를 지우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소속 보존과학 전문가 5~6명이 오전부터 약 7시간 동안 작업해야 했다.
국가유산청은 잠정 비용을 토대로 현재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앞서 국가유산청과 경찰은 지난 11일 오전 광화문 석축에 낙서하던 김모씨(79)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당시 김씨는 석축의 무사석(武沙石·홍예석 옆에 층층이 쌓는 네모반듯한 돌)에 검은 매직으로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이라고 쓴 뒤 그 아래에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쓰던 중 경복궁관리소 관계자에게 적발됐다. 글자가 적힌 범위는 가로 약 1.7m, 세로 0.3m 정도였다. 국가유산청은 미세한 돌가루 입자를 이용해 석재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는 블라스팅 처리 기법 등으로 낙서를 지웠다.
경복궁에 낙서하는 행위는 명백한 문화유산 훼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낙서한 행위자에게는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김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 응급입원하기도 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나 자·타해 위험이 큰 사람을 의사·경찰 동의를 받고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상식적이지 않은 진술을 하고 있다”며 “70대의 고령으로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점과 재범의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맨 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경복궁광화문 석축에서 낙서 제거 작업이 완료된 현장을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보존처리팀 관계자들과 확인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