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기근' 진단에도…트럼프 침묵·네타냐후 마이웨이

'이스라엘 규탄' 국제사회와 달리 트럼프 침묵
네타냐후, 가자시티 장악 계획·E1 정착촌 속도
"트럼프, 우크라 집중에 네타냐후와 입장 일치"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근’ 진단을 침묵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현재로서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미국의 압력뿐인데, 미국이 사실상 이스라엘의 행보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

NYT에 따르면 백악관과 미 국무부 모두 유엔의 가자지구 기근 진단 보고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날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침묵은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와 대조적이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 충분한 원조를 허용하지 않아 (기근이라는)인위적인 재앙이 발생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보고서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허위 서전처럼 편향적인 내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해당 보고서가 “노골적인 거짓말”이라고 분노하면서 “이스라엘은 구호품이 적의 땅에도 전달될 수 있도록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허커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많은 식량이 가자지구로 들어갔지만 하마스가 그것을 훔쳐 갔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뜻을 함께 했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 우려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인 가자시티 장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가자시티는 IPC가 기근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가자주(州)에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이미 가자시티 외곽에서 예비적 작전 활동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E1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추가 조성하는 계획을 최근 승인했다. 해당 지역은 국제사회의 반대로 약 20년 동안 유대인 정착촌이 추가 건설되지 않았다. E1 정착촌 추가 건설은 요르단강 서안을 북부와 남부로 완전히 갈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국제사회는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시티 장악 계획에 대해 “그건 상당 부분 이스라엘에 달려있다”고 말했으며, E1 정착존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 등 네타냐후 총리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평화협상 전문가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부담이 될 만한 압박이나 불이익을 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편안해하고 있다”면서 “한때 결별할 것처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점점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점점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