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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코인] 한중일 스테이블코인 열풍…亞 디지털자산 패권 전쟁

필드뉴스 유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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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코인] 한중일 스테이블코인 열풍…亞 디지털자산 패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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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일본이 일제히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한다. 이에 동아시아 3대 국가에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사진 = 픽사베이]

한국과 중국, 일본이 일제히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한다. 이에 동아시아 3대 국가에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사진 = 픽사베이]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가상자산은 실험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글로벌 금융과 기술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이 15년의 흐름 속에서 가상자산은 '대안 화폐'라는 이상에서 '디지털 자산'이라는 현실로 진화했습니다.〈인사이트 코인〉은 가상자산의 역사와 최신 이슈를 함께 짚으며, 시장의 기회와 위험을 균형 있게 기록하고자 합니다.
[필드뉴스 = 유호석 기자] 한국과 중국, 일본이 일제히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한다. 이에 동아시아 3대 국가에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23일 가상자산(암호화폐·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앞선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은행과 신탁회사, 자금이동자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이달 중 핀테크 기업 JPYC를 자금이동업자로 등록,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승인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중일 3국 중 일본에서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은 첫 스테이블코인이 나올 수 있다.

중국에서도 조만간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전망이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중국 당국이 8월말 스테이블코인 활용 로드맵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21년 5월 가상자산의 거래 및 채굴을 전면 금지했던 바 있다. 이후 중국에서의 가상자산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로 일원화되는 듯 싶었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에서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영향력 확대 작업이 진행되자 정책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달러를 견제하고 위안화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한국도 나름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 견해가 분분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의, 발행 허용 등이 담긴 법안조차 국회를 넘지 못했다. 여야 정치권에서 법안이 몇 건 발의됐으나,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오는 10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내년은 되어야 '공인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중인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은 큰 틀에서 보면 달러의 국제적 위상을 디지털 화폐로 옮기는 작업이다.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일가 또한 미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1 발행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규제는 단순히 현금을 코인으로 옮기는 행위가 아니다. 결제·송금 속도와 비용 절감, 현금 없는 사회, 금융포용성 확대 등의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의 핵심은 통화주권 확보다.


예컨데 현재 한국인이 해외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해외결제를 이용한다. 이 경우 결제시 현지 통화로 결제하지 않고 원화 결제를 쓰면 환전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한다. 원화를 현지에서 받아준다면 모르겠지만 '원론적으로' 원화를 들고 사용하는 것은 불가하다. 허나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은 '돈'으로 인정받고 있다. 홍콩에 위치한 스타트업 리닷페이의 경우 USDT나 USDC 등의 스테이블코인의 전송 및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가 가능한 것이다.

최근 뉴욕증시에 입성한 불리시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 자금 11억5000만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았다. 서클의 USDC·EURC,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의 USD1, 팍소스의 PYUSD·USDG, 아고라의 AUSD, 올유니티의 EURAU, 소시에테 제네랄의 USDCV·EURCV다. 달러 기반 뿐 아니라 유로 기반의 스테이블코인도 있다. 당연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를 거치지 않기에 매우 빠르게 전송된다.


만약 정부의 공인을 받은 원화·위안화·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고 불리시가 이를 받았다면 한중일 3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달러로의 환전 없이 미국에 순식간에 자금을 보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발맞춰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관건은 누가 먼저 '실제 사용' 가능하도록 만드냐는 점이다.

박혜진 서강대 AI·SW 융합대학원 교수는 "미래 디지털 금융시장은 특정 통화의 독점이 아닌, 여러 주요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경쟁하고 연결되는 다극화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한국도 이제는 규제 수용국에서 디지털 화폐 전략국으로 전환해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넘어야 할 리스크는 적지 않다. 한국의 경우, 외환관리·자본통제 체계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유통 구조를 어떻게 규율할지는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측면에서 핵심 과제다. 무턱대고 제도 없이 시장에 풀리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가 동아시아 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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