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이달의 경제경영서/ 1승9패
야나이 다다시 지음, 이정미 옮김, 다산북스 펴냄
유니클로 신화 야나이 다다시 회장 자서전
청년기 부친 양복점에 취업후
세계 1위 회사 만든 비결 소개
성공 지속되면 자만심 낳고
혁신하려는 의지까지 꺾여
야나이 다다시 지음, 이정미 옮김, 다산북스 펴냄
유니클로 신화 야나이 다다시 회장 자서전
청년기 부친 양복점에 취업후
세계 1위 회사 만든 비결 소개
성공 지속되면 자만심 낳고
혁신하려는 의지까지 꺾여
프로 야구에서 1할 투수라면 10경기 출전해 1승만 거둔다는 의미다. 승률로 말하면 1할, 즉 10%밖에 되지 않는다. 2군으로 내려가거나 방출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일본에서 최고 부자로 꼽히는 사람이 “내 인생은 알고 보면 ‘1승9패’ 인생”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실패의 역사가 오늘날의 유니클로 신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76) 이야기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3년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정리하기 위해 펜을 잡는다. 당시는 54세 개인과 회사 둘 다 큰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이었다. 임직원들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성장과 혁신이 멈추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진리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1949년 야마구치현에서 태어난 그는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가 경영하던 지방 양복점 오고리 상사에 입사한다. 1984년 히로시마 시내에 ‘유니클로 1호점’을 열고 지난해 연 매출 3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패션 왕국으로 키웠다. 그러나 야나이 회장은 “10전10승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며 “1승9패이기에 하나의 성공에 깊이가 있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힘이 탄생하는 것”이라는 ‘1승9패’ 철학을 설파한다.
그가 성공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보수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성공했다는 생각은 매너리즘과 자만심을 낳고, 혁신의 의지를 꺾는다. 반면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잘 풀릴까’를 냉철하게 생각하게 된다. 실패야말로 부끄러워할 게 아니고 ‘재산’이라는 생각이다.
야나이 회장은 “빨리 실패하고, 빨리 깨닫고, 빨리 수습하라”는 신조를 내세운다. 전통적으로 실패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일본 기업 문화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접근법이었다.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에 대한 태도다. 탁상공론도 경영의 적이다. 마치 아웃을 걱정해 도루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만들 수 없고, 뛰면 뛸수록 도루 성공률이 높아지는 원리다.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접어들던 시기 야나이 회장은 “세계 1위 의류회사를 만들겠다”는 장대한 목표를 세우고, 증시 상장과 빠른 출점을 목표로 전진한다. 올림픽 선수들이 항상 세계 신기록을 목표로 삼아 노력하듯이 목표는 무조건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현장주의도 유니클로의 강점이다. 1995년 ‘유니클로 욕을 하면 100만엔을 준다’는 광고는 큰 화제가 됐다. “운동복을 빨았더니 바느질이 풀렸어요. 두 번 빨았더니 겨드랑이에 구멍이 났고요.” “티셔츠를 딱 한 번 빨았는데 목이 늘어났어요.” 1만건에 달하는 품질에 대한 ‘욕’을 수집한 유니클로는 가격과 품질에 더욱 집중했고, 다음 성공의 싹을 찾아냈다. 플리스처럼 한 가지 상품을 남녀노소 불특정 다수에게 팔아 효율을 높였고, 유행하는 상품보다 베이직한 상품에 집중했으며, 감수성이 예리한 젊은 층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20여 년 전 써 내려간 실패와 성공의 기록이 지금에까지 생생한 화두를 던지는 것은 야나이 회장이 업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클로는 전 세계에 36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세계인의 일상복을 책임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무수한 실패를 딛고 단 하나의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기업 경영에서만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의 ‘1승9패’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