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나치오(Catenaccio·빗장 수비)와 판타지스타, 메짤라(Mezzala), 레지스타(Regista) 등 여러 축구 용어가 탄생한 첨단 전술의 각축장이기도 하다.
오는 24일 새 시즌 닻을 올리는 이탈리아 축구 장인들의 세계를 톺아봤다. 리그 방식부터 그간 쌓아온 명성, 치열한 라이벌리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다양한 스타일의 명 지도자들까지. 이토록 아름다운 축구의 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유럽축구 4대리그 '아성' 굳건…"라리가보다 수준 높은 무대"
세리에A는 20개 팀이 리그 방식으로 경쟁해 우승팀을 가린다. 각 팀은 한 시즌 동안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총 38경기를 치른다. 승리 시 승점 3을 획득하고 무승부는 1점, 패배는 0점을 부여받는 규정 역시 타 리그와 동일하다.
세리에A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더불어 유럽축구 4대리그로 평가받는다. 유럽대항전 티켓 확보량도 그래서 최고 수준이다.
단일 시즌 상위 4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구단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직행하고 5위 팀은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를 밟는다. 6위 팀은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예선 티켓을 거머쥔다.
최하위 3개 팀은 시즌이 끝난 뒤 2부리그인 세리에B로 강등된다. 아울러 그 해 세리에B 상위 3개 팀이 세리에A로 승격해 자리를 맞바꾼다.
'현역의 별' 역시 만만찮다. 14년간 몸담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올여름 AC 밀란에 새 둥지를 튼 2018년 발롱도르 수상자 루카 모드리치를 비롯해 지난 시즌 나폴리 우승을 이끈 로멜루 루카쿠와 스콧 맥토미니,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일조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 헨리크 마키타리안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 들어 거대 자본을 앞세운 EPL과 기술 축구 트렌드를 주도한 라리가에 밀려 상대적으로 침체한 시기도 있었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벤투스 입단, 유럽대항전에서의 이탈리아 구단 선전 등이 맞물려 다시 한 번 세계적인 축구리그로서 위상을 뚜렷이 회복 중이다.
UEFA가 산정하는 리그 계수에서 EPL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라리가,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앙보다 높다. 지난 시즌 총관중 또한 1160만 명 선으로 EPL(1460만 명)과 분데스리가(1200만 명)에 이어 유럽 3위를 기록할 만큼 기량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무대로 재도약을 이뤄낸 곳이 세리에A다.
■'세리에A=수비 축구' 도식은 옛말…이탈리아어로 가득한 현대축구 신조어들
축구는 늘 진화하고 재창조를 거듭한다. 1960년대 세계 최강 브라질에 대항해 만들어진 이탈리아 카테나치오, 1980년대 아리고 사키의 사키이즘, 바르셀로나 티키타카를 무너뜨리기 위해 내놓은 위르겐 클롭의 게겐 프레싱 등 포메이션 발전사만 훑어도 축구사가 명료히 정리된다.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 다채롭게 변화하는 포메이션에 맞춰 포지션 또한 모습을 달리해 진화를 거듭했다.
세리에A는 과거부터 견고한 수비 전술과 더불어 높은 공격 전술 완성도로도 맹위를 떨친 리그다. 축구계 신조어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로 이뤄진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 축구 변화상을 보여주는 포지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메짤라(mezzala)다. 이탈리아어인 메짤라는 반(半)을 뜻하는 메조(Mezzo)와 날개를 의미하는 알라(Ala)가 합쳐진 용어. 영미권 매체에서 메짤라를 하프 윙(Half Wing)으로 가리키는 것도 이 같은 어원에서 연유한다.
메짤라는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임무를 두루 소화한다. 경기 상황과 감독의 전술 지시에 맞춰 측면과 중앙을 오간다. 통상적으로 미드필더 3명을 기용할 때 좌우에 배치된 선수를 메짤라라 부르는데 유벤투스 시절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 체제에서 빼어난 경기력을 뽐낸 폴 포그바가 해당 포지션을 수행한 대표 인물로 꼽힌다.
물론 세리에A를 상징하는 카테나치오(빗장 수비) 또한 여전한 위용을 자랑한다. '문빗장'을 의미하는 카테나치오는 후방을 단단히 틀어막은 뒤 기민한 역습을 통해 안정적인 승률을 확보하는 이탈리아 축구계 대표 전략이다.
종합하면 과거의 안드레아 피를로와 반 바스텐, 현재의 하칸 찰하놀루와 마르티네스처럼 천재적인 플레이메이커·창의적인 골잡이를 다수 배출하면서 특유의 짠물 수비 기조까지 보존한 '공수겸장의 축구'가 세리에A인 것이다.
축구 전술에 해박한 지장(智將)이 그만큼 풍부하다. 올 시즌을 기준으로 마우리치오 사리(SS 라치오) 잔 피에로 가스페리니(AS 로마) 안토니오 콘테(SSC 나폴리)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AC 밀란) 스테파노 피올리(피오렌티나)가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축구계에서도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 전략가로 분류된다.
가장 유명한 라이벌 더비로는 '밀란 더비'가 첫손에 꼽힌다. 밀라노 지역을 연고로 둔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전통 강호인 AC 밀란과 인터 밀란이 맞붙는 경기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빅매치다. 이밖에도 SS 라치오와 AS 로마의 '로마 더비', 유벤투스와 토리노가 각축을 벌이는 '토리노 더비' 등이 세리에A를 더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라이벌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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