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커플 매니저이지만 자신의 사랑은 이루지 못하는 루시는 고객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완벽남과, 헤어졌지만 미련이 남은 전 남친 사이에서 고민한다. 셀린 송 감독은 데뷔 전 실제 커플 매니저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설득력 있는 질문을 던진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 소니 픽쳐스) |
잘나가는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는 고객의 결혼식에서 소위 ‘유니콘’이라 불리는 뉴욕 최고의 싱글남 ‘해리’(페드로 파스칼)에게 대시를 받는다. 그리고 몇 년 전 루시와 지질하게 이별한 뒤, 서빙을 하던 현장에서 루시가 대시를 받는 현장을 보게 된 전 남친 ‘존’(크리스 에반스). 그 이후 루시에게는 사랑과 현실 사이 딜레마가 시작된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Entertainment Weekly) “마침내,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 코미디”(-NEWSDAY)라는 외신의 평이 이 영화가 지닌 컬러를 압축해 보여준다. 영화는 익히 봐온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나 코믹 로맨스를 보여주는 대신, 관객을 본격적으로 갈등하게 만든다. 셀린 송 감독은 뉴욕 중심가의 아파트를 소유한 잘 생긴 ‘유니콘남’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셰어 아파트에 사는 배우 지망생이지만 자신을 뜨겁게 사랑해주는 전 남친을 등장시켜,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건지 관객에게 묻는다. 그것은 비단 남녀 사이가 아니라 각자 생애 속 관계를 찾아가는 기준이기도 하다.
(사진 소니 픽쳐스)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다코타 존슨,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그리고 ‘글래디에이터 II’의 로마 전사 페드로 파스칼이 그 삼각관계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연애에는 영 관심이 없는 인기 커플 매니저 루시 역의 다코타 존슨은 누구보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현실의 딜레마 속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를 차분하게 연기해낸다. 끊임없이 자신을 지켜보는 세상 속에서 능숙하게 겉모습을 꾸며내지만, 그 내면 깊숙한 곳에는 취약함을 감추고 있는 현대사회의 많은 싱글 여성 캐릭터를 잘 대변해준달까.
(사진 소니 픽쳐스) |
배우 지망생을 꿈꾸는 사랑꾼 전 남친을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는 오랜만에 로맨스물로 돌아와 순애남 연기를 선보이며, 지금도 뉴욕 어딘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현실감을 선사한다. 과거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에서 마초적인 매력을 보여 주었던 페드로 파스칼은 이번엔 다정한 완벽한 남자로 180도 이미지 변신을 하며 연애와 사랑에는 조심스러운 완벽남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모든 것을 재고 따지며 계산을 하게 되는 이 시대에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당신이라면 유니콘을 버리고 사랑을 택할 수 있을까.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할 때 마주하는 가장 난해하고도 보편적인 질문을 마치 자동차를 고르듯 접근하는 아이러니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언뜻 간단해 보이기 때문에 그 이면까지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랑과 현실 사이의 디테일한 갈등, 사랑을 대하는 태도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까지 들여다보는 영화다. 러닝타임 116분.
(사진 소니 픽쳐스)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4호(25.08.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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