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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효성 조현상, 강남 빌딩 차명 매입 의혹...또 계열사 자금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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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효성 조현상, 강남 빌딩 차명 매입 의혹...또 계열사 자금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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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집사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의 또다른 비리 혐의가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조현상 부회장이 지난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딩을 차명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과 증언을 확보했다.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은 건물 매수 자금 442억 원을 대출해줬고, 해마다 운영 자금도 추가 대출해줬다. 효성캐피탈의 대출금 중 일부가 조현상의 또다른 차명법인으로 흘러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집사 게이트에 35억 투자한 조현상의 아킬레스건, 암호명 A타워
김건희 집사 게이트에 돈을 낸 여러 기업 중 특검이 가장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곳은 HS효성이다. HS효성은 김건희 집사 김예성의 46억 엑시트를 가능하게 한 184억 원의 투자 중 35억 원을 댔다. 특검은 HS효성이 막대한 투자금을 낸 배경에 조현상 부회장의 개인 비리를 덮으려는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 덮으려고 했던 개인 비리가 무엇인지 추적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차명 법인 보유 및 계열사로부터의 불법 대출 등 범죄를 사실상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는 조 부회장의 육성을 보도했는데, 조 부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에는 암호명 A타워가 등장한다. 육성 녹음파일에서 조 부회장은 효성캐피탈의 불법 대출에 본사가 관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며 화를 내다가 ‘A타워에는 그런 거 없지?’라고 자신의 오른팔 전 모 상무에게 물었다. 뉴스타파는 이를 단서로 암호명 A타워와 관련된 조현상 부회장의 비리를 추적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천억 원짜리 빌딩의 비밀
뉴스타파 취재 결과 암호명 A타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산대로에 위치한 9층짜리 건물, 어메이징 타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빌딩이 있는 도산대로에는 고급 수입차 매장이 즐비하다.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 지하철 역이 4곳이나 있을 정도로 입지가 뛰어나다. 현재 시가는 1,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의 최고 노른자땅에 지어진 시가 천억 원을 훌쩍 넘기는 어메이징 타워, 바로 이 곳이 조현상 부회장의 또다른 범죄 현장이었다.


조현상 부회장이 차명 보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어메이징 타워


차명 보유 정황 1. 과거 차명 대여자 또 등장...”내 건지 조현상 건지 모르겠다”
어메이징 타워의 원래 이름은 삼안빌딩이다. 1989년에 지어졌다. 2011년 3월 9일 어메이징이라는 이름의 한 법인이 삼안빌딩을 사들여 이름을 어메이징 타워로 바꿨다.


그런데 등기부 등본에 수상한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김재훈이라는 이름이다. 김재훈은 과거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 디베스트라는 법인을 차명 보유할 때 명의를 빌려줬던 인물이다. 생년월일도 일치했다.

2년 전 뉴스타파는 김재훈 씨가 이름을 빌려준 차명거래의 증거를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증거는 조현상과 김재훈 사이의 계약서였다. 주식 소유권이 겉으로는 김재훈 명의의 법인에 있지만 사실은 조현상에게 있음을 확인한 계약서였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 우선 등기부 등본을 꼼꼼히 살펴봤다. 어메이징 타워의 등기부를 보면 2010년 12월 30일 건물을 담보로 585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는데, 채무자가 김재훈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3개월 뒤인 2011년 3월 어메이징이라는 법인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김재훈 앞으로 되어있던 근저당 채무 역시 어메이징으로 넘어갔다.


당시 건물 거래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건물 주인이 바뀐 사정을 이렇게 기억했다. 처음엔 김재훈 개인 명의로 건물을 매수하려 했지만 그에 따르는 여러 세무적인 문제들 때문에 건물 매수 주체를 김재훈이 보유한 법인, 즉 어메이징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는 등기부등본에 남은 흔적과 일치한다. 처음엔 김재훈 개인 명의로 건물을 사려했기 때문에 개인 명의로 근저당 채무가 잡혔지만 뒤늦게 건물 매수 주체를 법인으로 바꾸면서 근저당 채무까지 법인에 넘어간 것이다.


어메이징 타워 등기부등본에 나오는 김재훈 씨의 이름. 김재훈은 과거 조현상이 차명 법인을 보유했을 때도 명의를 빌려준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김재훈 씨에게 연락해 이 건물을 실제로 매입한 사람이 누군지 물었다. 김재훈 씨의 답변은 횡설수설이었다.

(조현상 씨한테 명의를 빌려주셨나요?)
빌렸다, 빌려줬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럼 선생님이 건물을 사신 게 맞아요?)
제 명의로 했죠. 그다음에 어메이징으로 했고
(어메이징의 주주는 선생님이고요?)
그렇게 돼 있죠.
(근데 그게 실제로 선생님이 사신 게 맞냐고요.)
제가 제 명의로 했으니까 제가 취득한 건 맞는데 여쭤보고 싶은 게 이제 뭐 조현상 씨 거를 내가 대신 사줬냐 안 사줬냐 그걸 여쭤보시는 거잖아요. 하여튼 그거는 그 빌딩 관련은 저도 솔직히 이게 제 건지 그분 건지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뉴스타파와 김재훈 씨의 통화 내용 중 (2025.8.12)


차명 보유 정황 2. 건물 관리인의 증언 “조현상 게 맞는다”
김재훈 씨는 자신이 소유한 법인 어메이징 이름으로 건물을 매입한 뒤 이 건물을 오랫동안 관리해 온 최 모 씨를 어메이징 대표 자리에 앉혔다. 최 씨는 1989년 삼안 빌딩이 준공됐을 때부터 이 건물을 관리해 왔던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최근까지도 어메이징 타워를 관리했던 최 씨를 찾아가 차명 의혹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어메이징 타워의 진짜 주인은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었다고 털어놨다. 김재훈 씨 명의든 어메이징 명의든 ‘이 자체가 차명’이라면서, 김재훈이 ‘베프’(절친)인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을 위해 명의를 빌려준 것 뿐이라고 했다.

차명 보유 정황 3. 김재훈, 조현상 측에 ‘건물 관련 세금 납부’ 요구
김재훈 씨는 건물 보유에서 비롯된 세금 일체를 조 부회장 측이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진짜 주인이었다면 세금을 남에게 내라고 할 이유가 없다. 김재훈 씨는 어메이징 대표로 앉혀놓은 최 씨를 통해 효성에 세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재산세도 효성한테 내달라고 한 거예요?)
그렇죠. 효성한테 내달라고 저한테 얘기하죠. 이거 빨리 효성에다가 연락해서 재산세 빨리 내라고 해라 ,뭘 하라 저한테 얘기하죠.
- 전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


최씨는 그러면서 김재훈 씨가 자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2015년 12월 14일 메시지에서 김재훈은 종부세를 먼저 해결해달라며 “상무님께 말씀 안 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김재훈 씨가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에게 2015년 12월 14일 보낸 문자메시지


이 문자메시지에 나오는 상무는 조현상 부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전 모 상무, 뉴스타파가 지난달 보도한 조현상 육성 녹음 파일의 통화 상대방이었던 바로 그 전 상무였다. 김재훈에게도, 어메이징 대표 최 씨에게도, 그리고 조현상의 오른팔이었던 전 상무에게도 어메이징 타워와 관련된 세금은 당연히 효성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2016년 김재훈 씨는 어메이징 타워와 관련해 자신에게 부과된 취득세가 부당하다며 강남구청을 상대로 조세심판청구를 신청해 세금 부과 취소 결정을 받아냈는데, 이 조세심판 청구를 도맡아서 진행한 것 역시 조현상의 오른팔, 전 모 상무였다. 실제 소유주가 조현상이 아니었다면 전 상무가 조세심판 청구를 도울 이유가 없다. 차명 보유의 또다른 정황이다.

차명 보유 정황 4. 김재훈, 조현상 측에 ‘건물 매각 결정 내려달라’ 요구
이러다보니 김재훈 씨는 법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건물인데도 효성 쪽에 매각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김재훈이가 효성한테 계속 재촉하는 거예요. 이거 빨리 팔아라. 자기 거면 자기가 팔지 왜 왜 효성한테 팔으라고 하겠어요? 그렇잖아요. 내 거 내가 팔지 왜 팔아달라고 왜 하냐고요. 팔아달라고 하는 건 부동산에다가 얘기해야지, 그렇잖아요. 팔아라 팔아라
- 전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


실제로 김재훈 씨는 문자 메시지에서 자신이 소개한 건물 매수 희망자의 제시가격을 전달하며 효성 측의 결정을 재촉하기도 했다.


김재훈 씨가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에게 2014년 12월 9일 보낸 문자메시지


김재훈 씨가 어메이징 대표 최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건물을 얼마에 팔 건지 결정하는 권한이 조현상 측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차명 보유 정황 5. “조현상이 직접 건물 보러 왔다”
조현상 부회장이 직접 건물을 보러 온 적도 있었다.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에서 2011년 초 사이, 즉 어메이징이 건물을 인수하던 당시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이 직접 건물을 보러 온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모 상무를 포함한 효성 임직원 2-3명이 동행했고, 어메이징 사무실에서 회의도 했다는 것이다.

처음 인수하고 이제 거의 다 비어 있을 때 그때 와서 여기서 이제 회의를 했었죠. 온다고 연락이 오니까 뭐 커피라도 대접해야 되지 뭐 어떻게 해가지고 커피 머신 갖다가 이제 커피 빼서 주고 뒤에서 서빙만 봤죠. 근데 이제 얘기하다가 나 보고 나가라고 그러더라고
- 전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


이렇듯, 조현상 부회장이 어메이징 타워를 차명으로 소유했음을 보여주는 정황과 증언은 차고 넘친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명백한 부동산 실명법 위반이다. 명의신탁자인 조현상은 최대 징역 5년 또는 2억 원의 벌금, 명의수탁자인 김재훈은 최대 징역 3년 또는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아야 한다.

효성캐피탈, 현금 1만 원 보유한 법인에 442억 원 대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현상 부회장이 차명으로 건물을 사들이면서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의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실제로 어메이징 빌딩의 등기부 등본을 보면 585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있는데,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효성캐피탈인 것으로 나온다.

건물을 실제로 매입한 사람이 조현상이었다면, 이 대출은 특수 관계인에 대한 대출이 된다. 거래 조건에 따라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47조 1항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 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특히 현금이나 그밖의 금융상품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서는 안된다. 즉, 효성캐피탈이 조현상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해줌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 당시 효성캐피탈의 대출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해당될까?

2010년 말 그러니까 건물을 매입하기 직전 어메이징의 감사 보고서를 보면 어메이징의 자본 총계, 즉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 5억 5천여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당시 현금 보유액은 1만 488원 밖에 되지 않았다. 즉 어메이징은 상환 능력이 매우 의심스러운 차주였던 것이다. 이런 차주에게 효성캐피탈은 442억 원을 빌려줬다.

물론 담보가 있었다. 그래서 담보가치도 따져봤다. 2011년 대출 당시 평가액 421억 원의 어메이징 타워와 주식회사 어메이징이 소유한 93억 원 짜리 토지가 담보로 제공됐다. 514억 원을 담보로 잡고 442억 원을 빌려줬으니 담보인정비율, 즉 LTV는 86%에 이른다.



그런데 그 이듬해인 2012년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6개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적용된 LTV가 70% 이상인 경우는 20%도 되지 않았다. 따라서 효성캐피탈이 적용한 86%라는 담보인정비율은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효성캐피탈은 해마다 어메이징에 추가 대출을 해줬다. 어메이징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건물을 매입할 때 442억 원이었던 대출금은 3년 뒤 514억 원까지 늘었다. 어메이징 대표 최 씨는 건물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운영비와 세금 등 지출해야할 돈이 많았는데 이런 운영 경비를 효성캐피탈에서 내준 대출금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효성캐피탈 대출금, 조현상의 다른 차명 법인으로 들어갔다
효성캐피탈에서 어메이징에 빌려준 대출금 일부가 조현상 쪽으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2013년 6월 28일, 어메이징이 회사 대표였던 최 모 씨에게 5억 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같은 날 최 씨는 이 가운데 4억 원을 디베스트, 즉 조현상이 소유했던 차명법인에 빌려줬다. 어메이징의 돈이 최 씨를 거쳐 디베스트로 옮겨진 것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차용증. 어메이징이 대표인 최 씨에게 5억 원을 빌려준 당일, 최 씨는 조현상 차명법인 디베스트에 4억 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당시 어메이징은 적자 상태로 효성캐피탈이 빌려준 돈으로 운영됐다. 따라서 효성캐피탈의 자금이 어메이징과 최 씨, 디베스트를 거쳐 부회장인 조현상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디베스트는 조현상 본인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차명 보유를 인정했던 바로 그 회사다.



어메이징 대표를 지낸 최 씨는 이같은 자금 이동에 대해 조현상의 오른팔이었던 전 모 상무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자신에겐 아무 권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계속 효성의 지휘를 받았어요, 계속. 김재훈 씨가 명분상 대표이긴 했지만 모든 지시는 다 효성에서 받았거든요. 5년 내내. 그리고 또 효성 본사, 뭐 효성이 관련된 다른 회사, 아무튼 갈 수 있는 데는 다 가서 다 회의하고 매달 보고하고… 매달이 아니라 매일 매주 매월 다 보고했으니까.
- 전 어메이징 대표 최 모 씨


이러다보니 어메이징의 대주주였던 김재훈 씨는 조현상 쪽에서 가져간 돈을 왜 갚지 않느냐며 최 씨에게 빚 상환을 거듭 재촉하기도 했다. 역시 문자 메시지가 증거로 남아있다.



실제 효성캐피탈의 대출금을 조현상의 차명 법인이 가져다 썼다면 비록 나중에 갚았다 해도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HS효성, 이번에도 ‘묵묵부답’
뉴스타파는 조현상 부회장이 부동산을 차명보유한 이유가 무엇인지, 효성캐피탈로부터 특혜 대출을 받는데 조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현상 부회장의 차명법인 디베스트로 돈이 흘러 들어간 경위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HS효성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HS효성은 지난 달 뉴스타파가 보도한 조현상 부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는 어메이징 타워에서 사라진 보증금 67억 원의 행방을 추적한다.

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