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주의사당에서 열린 회기 중 민주당 소속 진 우 주하원의원이 H.B. 4 법안 통과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스틴/로이터 연합뉴스 |
텍사스 주하원이 내년 미 연방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추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도록 고안된 선거구 재편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선거구 재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 정치권은 텍사스를 시작으로 선거구 재편을 둘러싼 전국적인 전면전에 돌입했다.
20일(현지시각) 텍사스 주하원은 8시간 넘는 격렬한 논쟁 끝에 표결을 진행해 찬성 88표, 반대 52표로 선거구 재편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상원을 손쉽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서명하면 확정된다.
현재 미국 연방 하원 의석수는 공화당 219석, 민주당은 212석, 공석 4석이다. 공화당은 근소한 차이로 하원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5석’은 미국 권력구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큰 숫자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텍사스 주 밖으로 도주해 의결정족수를 무력화시키며 2주간 본회의를 지연시켰다. 공화당은 되돌아온 이들이 다시 퇴장하지 못하도록 지난 18일부터 의사당 문을 잠갔다. 본회의장을 떠나려면 ‘출입 허가서’를 작성해야 했고, 해당 의원은 지정된 경찰관의 감시 또는 보호 하에 이동해야 했다. 민주당은 선거구 재편안이 소수계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해 연방법을 위반한다는 논리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도 맞불을 놓는다. 민주당이 장악한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텍사스에서 빼앗길 5석을 되찾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우세 지역을 새로 만드는 선거구 재편안을 이번 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다만 텍사스와 달리 주 헌법상 독립위원회가 선거구를 관리하기 때문에 오는 11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의 움직임에 대해 “공화당의 텍사스 전략을 막기 위한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접근”이라며 공개 지지했다.
공화당은 텍사스 외에도 인디애나, 미주리, 오하이오 등지에서 유리한 선거구 재편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메릴랜드와 뉴욕에서 비슷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장악한 많은 주는 캘리포니아처럼 비당파적 독립위원회가 선거구 조정을 맡고 있어 텍사스처럼 주의회 표결만으로 선거구를 재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구 재편안이 텍사스 주하원을 통과하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텍사스 대승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제 하원 의석 5석 추가 확보를 향해 가고 있으며, 이는 여러분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이 나라 자체를 지키는 일이다. 텍사스는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플로리다, 인디애나 등 다른 주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며 “의석 수가 늘어나면 범죄는 줄고, 경제는 좋아지며, 제2수정헌법(총기 소유권)은 더욱 강해진다. 그것은 곧 행복과 평화를 의미한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 1)우편투표를 중단하라 – 완전한 사기다. 2)종이투표로 전환하라. 이 두 가지를 실행하면, 우리는 100석을 더 얻게 될 것이며, 정치판의 부패한 게임도 끝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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