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가기록원과 협력 보존 디지털 복원 추진
제주 4·3 기록물 형무소에서 온 엽서. 제주도 제공 |
“아내에게, 아, 꽃 피는 봄철도 지나고 더운 여름철이 돌아왔네. (중략) 즉시 답장할 마음이 있어도 자유로이 엽서를 구하지 못하므로 지금까지 회답 못하였네. (중략) 늙은 어머님 생각과 어린애 생각이 가슴에 가득하고 있다.”
제주 4·3 사건 당시인 1948년 불법적인 절차로 진행된 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로 끌려간 문순현씨(당시 24세)가 옥살이 중 아내에게 보낸 엽서 내용의 일부다. 해당 엽서들은 4·3기록물로 묶여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제주4·3기록물의 보전과 복원 작업에 돌입한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국가기록원과 협력해 4·3기록물의 과학적 보존 처리와 디지털 복원을 본격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4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4·3기록물은 희생자와 유족의 증언, 진상 규명 과정, 화해와 상생의 기록 등을 담은 1만4673건의 문서·엽서·영상·사진으로 구성됐다.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27건), 희생자 유족 증언(1만4601건), 진상규명·화해를 위한 시민운동 기록(42건), 정부 진상조사 관련 기록(3건) 등이다.
하지만 자료 상당수가 지류·영상·자기테이프 등으로 돼 있어 손상 위험이 크다. 4·3사건의 특성상 일부 기록물은 생산된지 50년 이상 경과해 변질 우려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4·3 당시인 1948년 형무소에 갇힌 수형인이 제주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엽서 25점 등은 벌써 70여년이 지나 잉크 번짐 등 훼손 우려가 크다.
도는 4·3기록물의 매체 특성과 훼손 상태를 고려해 보존 처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종이 기록물의 산성화를 방지해 수명을 연장하는 탈산 처리, 중성필름 삽입·중성상자 보관, 곰팡이·해충 피해 예방을 위한 소독·살균 등 여러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도는 특히 형무소에서 온 엽서 등은 디지털 복원을, 4·3위원회 채록영상 등 비디오테이프 3점은 장기 보존 포맷 전환 등을 하기로 했다. 이 작업은 다음달 중 완료되고, 해당 자료는 향후 디지털 전시 콘텐츠로 활용된다.
희생자와 유족의 증언과 당시 피해 상황을 담은 도의회 4·3피해신고서와 같은 훼손도가 높은 기록물은 문화유산국민신탁 기부금을 활용해 보존 처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훼손이 심각한 자료부터 우선 복원해 교육과 전시 등에 활용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대중이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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