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3일 막을 올리는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전시에 소개되는 디스트릭트의 ‘이음을 위한 공유’. 이번 전시는 최근 유행하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좋은 구성에 전통 유산의 품격을 더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
사방 벽과 바닥이 하나의 스크린처럼 빛나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경복궁 전각 안을 거니는 것 같다. 창호 너머 펼쳐진 정원 위로 빛의 흐름이 너울거리다가 석굴암 본존불, 달항아리 등 한국의 대표 유산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몽환적인 산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용수의 섬세한 춤사위는 신비로운 정경을 자아낸다. 전통 유산 속을 걷는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연결 고리가 되는 미디어아트 ‘이음을 위한 공유’이다.
국가유산청·국가유산진흥원은 23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수년 간 쌓아온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를 한데 모은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를 선보인다. 기존 여러 공간에서 선보였던 미디어아트에 실물 유산과 설치 미술을 더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전시다. 지난해 ‘문화재’에서 ‘국가유산’으로 명칭이 바뀐 이후 국민들의 향유 기반을 확장한다는 취지에 따라 관람료를 받던 작품들까지 무료 공개한다. 강신재 예술감독은 “국가유산이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술, 상상력과 결합해 유산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전시의 도입부인 ‘영원의 축’. 한국의 탑을 빛과 움직임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연합뉴스 |
초현실적인 파도 영상으로 잘 알려진 디스트릭트가 국가유산청과 협업한 ‘이음을 위한 공유’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강릉 아르떼 뮤지엄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국가유산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그 가치가 확장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달 초 세계적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어워드’ 본상을 받았다.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의 시작은 ‘한국의 탑’이다. 시공간의 기념비인 탑을 재해석한 김준수 작가의 키네틱 아트 ‘영원의 축’은 타임머신을 떠올리게 한다. 상상의 장소로 관람객을 옮겨가는 작품을 지나 처음 만나는 섹션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 의궤’를 3D 영상으로 만든 ‘의궤, 영원의 서사’이다. 서책으로만 봐서는 감이 안오던 국가의례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조선왕조 의궤’를 3D 영상으로 만든 ‘실감의궤: 길례, 흉례’.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
전통 산수를 자개의 빛깔로 표현한 ‘윤슬의 시간’.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
전통 공예를 모티브로 제작된 ‘자연으로부터’ . 물, 흙, 나무 등 자연의 소재로부터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공예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미디어아트로 보여준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
두 번째 ‘산수, 끝없는 윤슬’에서는 노루, 구름, 파도 등 ‘십장생도’의 도상들이 뛰노는 ‘윤슬의 시간’ 콘텐츠가 4면을 감싸는 몰입형 공간이 펼쳐진다. 자개의 영롱한 빛깔로 구현한 전통 산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키네틱 아트로 표현된 윤슬이 공간의 중앙에서 반짝인다.
세 번째 ‘장인, 무한한 울림’은 이번 전시에서 공을 많이 들인 콘텐츠다. 무형유산 장인들의 갓일, 금박장 등 공예기술을 담은 11편의 영상과 공예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벽을 수놓는 미디어아트 ‘자연으로부터’는 물, 흙, 나무 등 자연의 소재로부터 공예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네 번째 ‘유산, 이음의 물결’로 넘어가는 복도에는 22m에 걸쳐 조선 왕실의 행차 풍경이 펼쳐진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보던 영상이다. 전시의 마지막은 ‘한국의 종’을 모티브로 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다. 쇠공이 굴러서 빛과 소리의 울림을 남긴다. 이 마지막 울림은 관람객에게 묻는다. “유산을 향유한 여운은 당신에게 어떤 미래로 공명했는가?”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주목받고 있는 ‘호작도’ 등 전통 유산 소재 굿즈도 구입할 수 있다. 전시는 9월17일까지.
‘헤리티지: 더 퓨처 판타지’ 전시 굿즈의 모습. 배문규 기자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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