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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개혁에 "공론화" 주문 이 대통령, 모든 정책 기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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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개혁에 "공론화" 주문 이 대통령, 모든 정책 기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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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비공개국무회의에서 “민감한 핵심 쟁점이 있다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충분히 공론화되고 갑론을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주무 장관인 정성호 법무부장관에게 말했다.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이 발언을 공개한 것은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중이라는 뜻이다.

수사권·기소권 분리 등 형사사법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다양한 의견 수렴과 이견 조정 등 충분한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한을 정하고 밀어붙이는 정책은 졸속이 될 가능성이 크거니와, 그 부작용을 전체 국민이 장기간에 걸쳐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26일 당 차원의 검찰개혁 법안을 확정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공론화를 당부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이제라도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여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야 대화가 전면 중단된 마당에 시늉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면 속도 조절도 고려해야 한다. 졸속 입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19일 “대선 승리를 통해 이미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박수현 수석대변인)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일축하고, 국회에서 대법관 증원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완료’라는 자체 시간표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입법 시한을 정해 두고 공청회나 간담회를 하는 것을 여론 수렴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책의 결정·집행을 앞두고 국민 설득 등 공론화를 거치는 것은 민주 정치의 기본이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모든 정책에 해당한다. 개혁 속도전을 요구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에게 휘둘려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 노란봉투법 역시 노동권 강화라는 취지가 옳다 해도 경제계 등의 우려를 반영해 시행 시기 유예를 검토하는 등 부작용 최소화에 힘써야 한다. 집권세력으로서 국정운영의 책임성과 후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면 정책 실패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