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한겨레 박승연PD |
24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린 영양사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급식실 조리노동자가 아닌 영양사가 산재 인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8단독 문지용 판사는 지난달 16일 영양사 ㄱ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997년부터 제주 지역 학교에서 영양사로 근무해온 ㄱ씨는 2023년 폐암 수술을 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이 “영양사는 직접 조리업무를 하지 않아 유해물질인 ‘조리 흄’(cooking fume)에 대한 노출 수준이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폐암 발병 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ㄱ씨는 지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가 약 24년간 조리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이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조리 흄·조리기름 흄과 같은 유해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고, 이로 인해 질병이 발병했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판단된다”며 ㄱ씨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조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영상사가 상당 시간 조리업무를 병행했다’는 ㄱ씨 동료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재판부는 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유행하기 전에는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조리를 했고, 과거에는 전처리실·세척실·조리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며 급식실의 환경도 ㄱ씨에게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에서 진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이번 판결은 확정됐다. 휴직 중인 ㄱ씨는 현재도 투병 중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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