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가 19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이 참석했다.
오는 9월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이런 날이 오네요. 소설 원작을 처음 읽고 영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가 20년이 다 되어간다. 물론 그 동안 이 한 작품에만 매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결국 이렇게 성사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빨리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병헌은 "감독님만큼 이 영화가 개봉되는 것을 오랜 시간 기다려온 사람이 없겠지만, 저는 촬영을 하면서도 빨리 영화가 공개되고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저 자신도 너무 커서, 개봉일이 다가오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설레고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손예진은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드린다. 박찬욱 감독님과 하는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너무나 영광이다. 저는 이 자리가 제가 진짜로 좋아하는, 작품 보면서 감탄하는 배우 선배님들과 함께하게 돼 너무 기분 좋고 설렌다. 곧 개봉하는데 여러분이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다. 정말 좋은 영화가 나왔으니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드디어 이런 날이 저에게도 왔다. 언제 한 번 감독님과 작업해보나 했는데 드디어 '어쩔수가없다'로 감독님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염혜란은 "이 작품으로 만나뵙게 돼서 특별히 더 기쁘다"고 말했고, 차승원은 "제가 찍었지만 남의 영화 같은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뭔지 모르겠는데 제가 찍었는데 남의 영화 같고 바라보게되고, 그런 영화인 것 같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웃음 지었다.
이번 작품은 글로벌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데 이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은 "나이가 있다보니 뭐 했다하면 '20년 만에' 이렇게 된다. 비경쟁부문이나 심사로 간 적도 있어서 그렇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래도 한국 영화로 베니스에 경쟁 부문 간다는 게 의미있는 일 같다. 부산영화제는 30주년이라 개막작으로 초대받은 것이 귀한 것 같다. 한국 영화의 부흥과 함께한 역사라서 더욱 소중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사춘기 시절부터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없었다. '누가 범인이냐' 하는 종류가 많지 않나. 수수께끼가 풀리면 다 해소되고, 다시 음미하기가 재밌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를 따라가게 된다. 수수께끼는 없다. 그의 심리,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멀쩡했던 보통 사람이 사회 시스템에서 내몰리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몇 번을 곱씹어봐도 재미가 있었고 음미할 가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로 심리적인 장치가 잘 되어있다. 자기가 상대하려고 하는 희생자들이 다 자기 분신같은 존재다. 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씁쓸한 비극인데 거기에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만한 가능성이 보였다. 소설 자체도 그런 면을 갖고 있지만, 이걸 내가 만든다면 더 슬프게 웃긴 유머가 살아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손예진은 출산 후 복귀작으로 '어쩔수가없다'를 선택한 것에 대해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박찬욱 감독님과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병헌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이 되어 있었기에 제 캐릭터 다른 것을 배제하고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너무 강렬한 서사여서 책을 덮고 '이걸 내가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고 안 하면 안될 것 같다는 마음이 강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희순은 "감독님의 오랜 팬이라 대본을 보기도 전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병헌 씨 말대로 코미디 요소가 많았다. 점점 극적인 갈등이 고조될 수록 웃음의 강도가 커지고, 페이소스가 있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이런 작품을 박찬욱 감독님이 쓰셨다고?'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 박찬욱 감독님이 이번엔 깐느를 포기하고 천만을 노리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성민은 "범모에 끌린 건 아니고 박찬욱 감독님에게 끌렸다. 시나리오 처음 보고 '대박이다', 무슨 역할인지 모르고 읽었다. '만수가 나인가?'하고 읽었다. 이거 어쩔수가없다. 무슨 역할이든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시나리오 보고 이 역할을 왜 나한테?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아름다운 미모' 같은 지문이 있었다. 저도 이 역할이 제 역할이 맞나 싶었다"라고 웃음 지었다.
이병헌은 자신의 캐릭터 만수에 대해 "이 영화에서는 평범한 인물들이 극단적인 상황들을 맞이한다. 심리적 변화나 그에 따른 행동 변화, 이런 것들이 과연 관객들에게 얼마나 이입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고 설득력있고 개연성있게 다가갈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없이 그저 상황에만 맡기게 되면,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하면서 계속 드라마를 따라 보다가 어느 순간 빠져나오는 것이 저희들이 계속 경계하는 부분이다. 극단적 상황들을 더 설득력있게 표현하려고 애쓰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예진은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사실 저는 이번에 신인의 마음이었다. 감독님과 작업이 너무 궁금했고,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할지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병헌 선배님이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연기할까 너무 궁금했다. 제가 미리라는 역할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은 크지 않았다. 워낙 만수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폭도 너무 넓었고, 차지하는 것들이 너무 커서 저는 사실 굉장히 미미하게 개미 수준으로 조금 나온다.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저한테는 너무 큰 도움이 됐다. 너무 재밌었다. 저의 조금이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관객 분들이 봐주시면 그걸로 큰 만족이다 생각한다. 저는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거짓말이다. 차승원 씨는 영화를 아직 안 봤기 때문에 '조그만 역할입니다' 할 수 있지만, 예진 씨는 영화를 봤기 때문에 저렇게 말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완전히 지배하는 캐릭터다. 저는 '클래식'이란 영화를 볼 때부터 팬이었다. 그 때 정말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단호하고, 엄격하고, 무섭기까지 한 굉장히 성숙한 인물이다"라고 기대감을 자아냈다.
이어 손예진은 "사실 댄스 연습을 진짜 많이 해서 감독님이 많이 안보여주시더라. 더 충격적인 말은 '연습을 되게 많이 했다고 해서 잘할 줄 알았다'고 해서 속으로 '어떻게 저렇게 얘기하지? 나 진짜 두달, 세달 가까이 연습했는데' 했다. 감독님이 '되게 열심히 했다고 해서 보는데 그 정도 아닌데?' 라고 하셔서 되게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다 짤렸다"라고 하소연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손예진은 이병헌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대해 "지금까지 이병헌 선배님과 한 번도 못 만났다. 잘 맞아서 아쉬울 정도로 빨리 끝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예진 씨랑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지' 하면서 호흡을 맞췄는데,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마도 미리가 이렇게 연기를 할 거야라는 상상을 한참 벗어난 디테일한 연기를 하시더라"고 답했다.
차승원은 "저하고 접점이 있었던 부분은 이 인물이 딸이 하나 있는 거다. 저도 있으니까, 그런 감정을 확실히 직접 경험했던 사람과 안 했던 사람은 차이가 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아이디어를 낸 게 있다. 이름을 불렀을 때 특이한 뉘앙스가 있다. 감독님에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배우들 캐스팅에 대해 "남이 만든 영화나 시리즈를 보면서 눈에 띄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저 사람들 참 훌륭하구나. 나도 언젠가 같이 일하고 싶다' 하게 된다 감독들은. 저처럼 쓰고 연출하는 사람들은 몇 년에 한 편 겨우 만든다. 그런 배우들을 다 만나기 어렵다. 기회를 노리게 된다. 긴 세월 동안 눈여겨봤던, 그 중에 박희순씨 같은 사람은 술자리에서 만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는데 작품 만나지 못해서 기회를 기다렸다. 염혜란 씨는 디렉터스컷에서 상 받는 모습을 봤다. 그 때 제가 각본을 쓰고 있던 때라서 눈이 번쩍 뜨이더라. 그 날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 바로 얘기했다. 승원 씨는 '전,란'을 같이 했다. 등장하는 시간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비교적 짧지만, 심리적으로는 만수와 똑같은 비중을 갖는 상대다. 결코 존재하는 느낌이 다른 사람보다 처지면 안 된다. 사실 이런 캐스팅이 어렵다. 등장 시간은 짧은데 심리적으로는 커야 하니까. 그래서 어렵게 부탁했는데 해주겠다고 해서 제일 고마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영화 제목인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원작 소설의 이름은 '도끼', '엑스'라는 제목이었다. 추천사를 쓸 때 했던 말이, 만약에 내가 한국 영화로 만든다면 제목을 '모가지'로 바꾸겠다고 했다. 영화에 대사에 나온다. '너 모가지야' 하고 대사화를 했다. 어쩔 수 없게도, '도끼' 또는 '모가지' 두 가지 제목을 다 쓸 수 없게 됐다. 너무 폭력적인, 해고라는 뜻보다는 글자 그대로 잔인한 폭력행위와 신체 훼손을 연상시킨다. '악마를 보았다'같은 영화에 출연한 이병헌씨의 선입견 때문에 이것이 우려됐기에 제목을 바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새로 지은 제목은 비겁한 정서가 담겨있다. 나쁜 짓을 하면서도 합리화하는, 그런 마음이라 나쁘게 보면 비겁하다. 영화 보면서 인물에 대해 들여다보면서 연민을 느끼면 '그래 어쩔수가 없었겠구나 너도'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꼭 만수의 마음만을 표현하는 제목은 아니다. 심지어 만수를 해고하는 기업의 중역 입에서도 나온다.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리해고, 구조조정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슬프고 행하는 사람들의 말은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다. 다들 각자의 이유가 있지 않나. 그것이 충돌해서 빚어내는 비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병헌은 "좋은 배우들과 박찬욱 감독님과 작업하니 안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겠더라. 얼마 전 영화를 보니까 '정말 좋다' 싶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찬욱 감독은 "실직, 해고자를 다룬다고 해서 너무 어둡고 심각한 영화를 예상하실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 슬픈 이야기에도 들여다보면 볼 수록 우스운 구석들이 있다. 웃기면서 슬프다기보다는 웃겨서 슬퍼서 말할 수도 있고, 슬퍼허 웃기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냥 사람을 놓고 안타까운 상황에 던져놓고 관찰하며 비웃는다거나 그런 종류의 웃음은 아니다. 여러분이 다 내 안에 있는 모습이고, 이웃에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감정을 다 갖고있다는 걸 아실 것이다. 그래서 웃을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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