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젊은 작가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추수의 '아가몬'
롯데뮤지엄, 옥승철 개인전 진행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젊은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전시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스크린을 캔버스 삼아 3D 그래픽 등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는 'MMCA×LG OLED'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 1992년생 추수(TZUSOO·본명 이한결) 작가의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 개관 이래 단독 전시 작가로선 최연소다.
전시장 한가운데 돌과 우뭇가사리 위에 이끼가 자라나도록 만든, 창조된 생명체 '아가몬'을 설치했다. 아가몬의 몸 역할을 하는 우뭇가사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부패하지만, 그 위에 이끼가 계속 자라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재생과 순환을 강조한다. 아가몬 주변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 총 88대를 활용한 초대형 화면 2대가 설치됐다. 스크린에는 아가몬을 돌보듯 '살의 여덟 정령' 중 두 마리가 나와 끊임없이 맴돈다. 생명을 낳고 싶은 욕망을 가진 작가가 디지털 세계에서 아이(아가몬)를 낳아 돌보는 방식을 표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추수의 '아가몬'
롯데뮤지엄, 옥승철 개인전 진행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 추수의 서울박스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전경. 88개의 OLED 스크린으로 구성된 초대형 화면 안에서 '살의 여덟 정령' 중 둘이 아가몬 주변을 맴도는 연출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젊은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전시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스크린을 캔버스 삼아 3D 그래픽 등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는 'MMCA×LG OLED'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 1992년생 추수(TZUSOO·본명 이한결) 작가의 전시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 개관 이래 단독 전시 작가로선 최연소다.
추수의 '아가몬'은 우뭇가사리 위에 자라나는 이끼를 길러내는 조각 설치물로 디지털공간의 미감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생명체로 취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전시장 한가운데 돌과 우뭇가사리 위에 이끼가 자라나도록 만든, 창조된 생명체 '아가몬'을 설치했다. 아가몬의 몸 역할을 하는 우뭇가사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부패하지만, 그 위에 이끼가 계속 자라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재생과 순환을 강조한다. 아가몬 주변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크린 총 88대를 활용한 초대형 화면 2대가 설치됐다. 스크린에는 아가몬을 돌보듯 '살의 여덟 정령' 중 두 마리가 나와 끊임없이 맴돈다. 생명을 낳고 싶은 욕망을 가진 작가가 디지털 세계에서 아이(아가몬)를 낳아 돌보는 방식을 표현했다.
추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 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림을 올리던 내게 디지털 매체는 모국어와 같다"며 "디지털 작업에 몰두하다 어느새 나이는 서른을 넘었고, 몸이 망가져 제대로 앉아 있을 수조차 없게 된 게 아가몬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일까지.
디지털 시대, 무엇이 원본인가
옥승철 작가의 신작 '프로토타입'. 디지털 이미지를 생성한 후 아크릴화로 다시 그려 냈다. 롯데뮤지엄 제공 |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는 디지털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를 탐구해온 옥승철(37)의 개인전 '프로토타입'이 열리고 있다. 신작을 포함해 80여 점을 선보인다. 옥 작가는 만화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캐릭터를 디지털로 제작한 후 이미지를 인쇄해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작업을 해왔다. 디지털 이미지를 석고상 형태의 조각으로 만들기도 한다. 무한 복제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를 물성을 부여한 예술 작품으로 구현해 무엇이 원본이고, 복제인지 질문을 던진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옥승철의 개인전 '프로토타입' 도입부는 일반 전시와 달리 전시장 중앙에 가상 공간으로 향하는 느낌을 주기 위한 십자 통로를 연출했다. 롯데뮤지엄 제공 |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복도 중앙에 초록색 십자 통로가 있다. 3개의 전시장을 오갈 때마다 다시 중앙으로 돌아오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가상 공간으로 보고 다음 전시장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로딩(데이터 불러오기)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옥 작가는 "실체가 없는 유통 구조의 플랫폼에서 작품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언제든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예술의 본질적 가치들이 디지털 소비 구조에서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주고, 작가와 관객이 복제된 이미지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동일한 흐름에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