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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강물처럼 흐르는데…트럼프·푸틴은 거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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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강물처럼 흐르는데…트럼프·푸틴은 거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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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미·러 협상안에 ‘분통’
“패전 아닌데 사실상 항복 요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을 내놓으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상안이 공개되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격렬한 반발이 일고 있다. 전쟁에서 패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러시아가 사실상 항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러 정상이 지난 15일 미 알래스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배제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의 러시아 할양을 논의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인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1년 살던 집을 버리고 피란길에 올랐다는 발렌티나 셰우첸코는 “미·러 정상이 우리 없이 우리의 운명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미·러 정상을 나무 막대기나 삽으로 때려눕히고 싶다고 NYT에 밝혔다. 그는 “여긴 전쟁이 벌어지고 피가 강물처럼 흐르는데 그들은 거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피소에서 생활한다는 카테리나 체르넨코는 “이건 전쟁이 아니라 살인이지만 트럼프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가 이 일을 겪었다면 그런 말(영토 할양)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들도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했다. 할냐 얀첸코 의원은 “푸틴이 원한다고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순순히 내줘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화한다면 우크라이나인 수십만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타리나 마테르노바 주우크라이나 유럽연합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점령되지 않은 돈바스 지역까지 내줘야 한다는 요구는 “평화가 아닌 사실상의 항복”이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평화는 국제법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것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영토 보전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침략자와 타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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