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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본사의 ‘갑질 관행’ 여전…“계약갱신요구권 신설 등 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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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본사의 ‘갑질 관행’ 여전…“계약갱신요구권 신설 등 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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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대리점법 개정촉구 간담회. 서혜미 기자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대리점법 개정촉구 간담회. 서혜미 기자


제과업체 대리점을 운영하던 ㄱ씨는 지난 2022년 계약 만료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영업지역과 거래처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한다. ㄱ씨에 따르면 새 거래처는 ㄱ씨에게 상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ㄱ씨는 영업지역 원상회복과 미수금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ㄱ씨는 매달 사채를 빌려 본사에 상품 대금을 내고, 그후 본사로부터 장려금을 받아 사채업자에게 원리금을 변제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4월 본사 쪽은 ㄱ씨에게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대리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본부 쪽은 “표준대리점 거래계약서에 따른 규정을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국회에서 개최한 대리점 피해사례 발표 및 대리점법 개정촉구 간담회에서는 대리점 본사의 부당 행위에 대한 대리점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 갑질 논란’ 이후 대리점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대리점주들은 여전히 본사의 횡포에 피해를 보고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16년부터 시행된 대리점법의 주요 뼈대는 상품 강매·과도한 판촉비용 전가 등 본사의 불공정 행위, 일방적 계약해지나 거래조건을 바꿀 수 없도록 하고, 대리점주들의 단체활동을 보장하도록 한다. 하지만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계약 갱신이 이뤄지는 탓에 대리점주들은 실질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한다. ㄱ씨를 대리하는 박현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리점법은 가맹사업법이나 공정거래법보다 보호 범위가 굉장히 적다”며 “법원 재판은 오래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에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이 만료되면 법원은 보호 이익이 없다고 해서 모든 소송이 기각된다”고 구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본사가 직접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면서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차별하면서 경영 활동에 간섭했다는 피해 사례도 공유됐다. 본사가 쿠팡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는 상품을 더 싸게 공급하고, 대리점 사업자들에게는 더 비싸게 공급했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환자용 영양식을 판매하는 업체의 온라인 대리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계약이 종료된 ㄴ씨는 “본사 매입가보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더 낮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본사가 대리점이 팔던 상품의 공급을 중단하고, 새로 출시한 제품은 계약서에 없다는 이유로 공급하지 않으며 상품 개수를 줄여나가다가 계약을 종료하기도 했다. ㄴ씨는 “지난해 10월 (본사는) 본사만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라인 대리점과 약사 전용 폐쇄 몰을 운영하던 약국 대리점 전부에 12월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리점의 영업 환경이 본사의 결정 하나로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 아래 놓여 있고, 이는 대리점주들의 생존권 문제”라며 “대리점법 개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리점법에 계약갱신 요구권 신설 △대리점 단체 구성 및 협의권 명문화 △계약서에 영업지역 설정과 변경 제한, 금지 행위 확대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22대 국회에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대리점법 개정안이 6건 발의된 바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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