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모기에 물려 걸릴 수 있는 치쿤구니아열 예방을 위해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서 무인기(드론)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자이다량 웨이신 갈무리 |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 치쿤구니아열이 중국에서 확산하면서 광둥성에 1만여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 방역당국은 드론·인공지능(AI) 등을 동원해 매개체인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확산세는 지속되고 있다.
18일 중국 매체 신징바오, 남방망 등을 보면, 이달 16일까지 중국 남부 지역인 광둥성에서 발생한 ‘치쿤구니야열’ 누적 확진자는 9933명에 이른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수십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날까지 1만명 이상이 확진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16일 지역 방역당국에 보고된 신규 확진자수는 830명으로, 7월 초부터 시작된 확산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중국 전문가는 환경 요인 탓에 확산 추세가 반등할 위험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치쿤구니야열은 치명률은 낮지만, 마땅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점이 위험요소다. 한국의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는 “현재 치쿤구니야에 효과적인 치료제 및 백신이 존재하지 않아 높은 주의가 필요한 치명적인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 질병은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가진 이집트숲모기 등 매개 모기에 물리면 걸릴 수 있으며, 고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 사이에 전염은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쳐 중국 전역에 분포하는 흰줄숲모기에 적응해 전파 효율이 높아졌다. 한국에도 흰줄숲무기가 서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모기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없다. 한국에서 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신고된 경우는 아직은 모두 해외 방문 뒤 감염 사례였다.
치쿤구니야열 확진자가 늘자 중국 광둥성질병예방통제센터는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실내 화분의 물고임도 예방하라고 안내했다. 광둥성질병예방통제센터 웨이신 갈무리 |
중국 남부에서 자연 환경과 지역 특성이 겹쳐 치쿤구니아열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고온다습한 기후라는 환경에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 뒤 생긴 물웅덩이가 더해져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됐다. 여기에 포산 등은 수출품 제조 공장 등이 몰려 있어 인구 이동이 많아 확산세를 더욱 키웠다.
예방만이 최선인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서식지 박멸에 나섰다. 무인기(드론)에 초고화질 카메라와 인공지능 인식 기능을 더해 센티미터(㎝) 단위로 방역 사각지대를 추적한다. 이 기술로 주택 옥상의 화분이나 경작지에 쌓인 잡동사니 더미, 에어컨 실외기 주변 물 웅덩이 등을 찾는다. 방역 강화를 이유로 흙으로 덮였던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버린 사례까지 등장했다. 방역당국은 집 안 화분 받침의 물고임도 방지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해외 유입성 감염병인 치쿤구니야열이 기후변화로 ‘풍토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류치융 중국질병통제센터 병매개생물 수석 전문가는 신징바오에 “최근 기온 상승으로 여름이 길어져 발육·번식이 더 유리해 모기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등 유행 지역에서 자주 확진자가 유입되고, 모기 밀도가 높아지면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등이 유입성 전염병에서 풍토성 유행병으로 바뀔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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