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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신화, 과감한 투자와 미래 안목 덕분”

헤럴드경제 한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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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신화, 과감한 투자와 미래 안목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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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선구안’ 재조명
AI·첨단반도체 앞세운 ‘퀀텀점프’ 기대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2025’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2025’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SK 제공]





“아사 직전까지 갔던 SK하이닉스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 이 모든 과정은 SK의 과감한 투자,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었다.”(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SK그룹의 대표 연례 행사 중 하나인 이천포럼이 18일 개막됐다. 이 자리에서 SK 핵심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SK 생존 방안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AI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SK가 이천포럼을 통해 AI 새 전략 방향을 도출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이천포럼에는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오너 경영진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CEO)들이 총출동했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향후 배터리 투자 계획 등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지만 권역별로 잘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전 9시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올해 9회째를 맞는 이천포럼은 그룹 중장기 전략과 미래 먹거리를 논의하는 자리다. 2박 3일간 진행되는 포럼의 핵심 의제는 ‘AI와 디지털 전환(DT)’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AI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태원의 ‘서든 데스’ 발언 다시 주목=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2016년 최 회장이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갑작스러운 죽음(Sudden Death)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던 발언을 꺼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은 이 말씀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입증하는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곽 사장은 “AI가 불러온 변화는 점진적 혁신을 넘어 기존 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며 “오늘날 AI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SK하이닉스이고, 20여 년 전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하이닉스가 SK를 만나 환골탈태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12년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를 인수,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극적인 자금 투입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 대규모 장비와 설비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곽 사장은 형광등을 하나씩 빼며 전기비를 아끼고, 임직원들은 무급휴가를 쓰고 급여를 반납해야 했던 경영난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HBM 개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히 미래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사자성어 ‘지불시도(智不是道)’를 인용,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 길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아는 걸 깊이 몸속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와 노력이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AI 시대 변화는 이제 시작이며 엄청난 크기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면서도 “문 닫을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HBM을 만든 SK하이닉스는 결국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개회사를 마무리했다.

▶6년전부터 AI 집중 논의=이천포럼은 최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SK그룹 임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 기술 및 사회 트렌트를 논의할 수 있는 지식 플랫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천포럼은 글로벌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SK 생존책을 모색한다. 2017년 처음으로 열린 이천포럼의 당시 주제는 ‘딥체인치(근본적·구조적 변화)의 이해’다. 당시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 글로벌 교역 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 화두인 AI도 일찌감치 핵심 어젠다로 다뤘다. 이천포럼에 AI가 첫 등장한 건 2019년이다. 당시 최 회장은 AI로 대표되는 혁신 기술을 핵심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 최고 경영진, 실무자들과 3~4일에 걸쳐 논의했다.


이후 이천포럼에는 AI 분야 글로벌 석학 및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글로벌 AI 석학인 스탠포드대의 페이 페이 리 교수와 미국 생성형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생성형 AI가 가속화할 기업 변화’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지난해에는 현대 AI 아버지라고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 과학기술대 교수와 잭 카스 오픈 AI 임원이 참석했다.

▶AI·외교 전문가 총출동=올해 포럼에도 국내외 AI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AI 전문 컨설팅사인 딕비 컨설팅의 윌리엄 퐁 최고전략책임자와 실리콘밸리 기반 협업툴 스타트업인 스윗의 이주환 대표가 한국 기업의 AI 자립 방안에 대해 제언할 예정이다. 모하마드 알리 IBM 부회장은 ‘AI·DT를 활용한 산업 제조 현장의 생산성 재도약’을 주제로 발표할 계획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도 진행된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재편, 한국 기업의 해법 모색’ 주제로 열리는 첫 세션에서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징 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소장이 온라인으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맡았다. SK 관계자는 “누가 먼저 발빠르게 움직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 하는 ‘변화의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시대”라며 “최태원 회장은 정체는 사실상 퇴보와 같다는 절박함 아래 다양한 지식·변화·소통 플랫폼을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