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테크42 언론사 이미지

MIT생도 AGI 시대가 두려워···중퇴해 미리 일자리 찾기가 정답?

테크42 이재구 기자
원문보기

MIT생도 AGI 시대가 두려워···중퇴해 미리 일자리 찾기가 정답?

서울구름많음 / 0.0 °
ⓒTech42

ⓒTech42


인간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이론적 초지능 AI인 일반인공지능(AGI)이 10년 안에 등장할 수 있으리란 전망 속에 이로 인한 직업·경력상 손해를 우려한 세계 최고 명문대생들이 학업을 중퇴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포브스는 최근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을 필두로 미국의 여러 대학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전업 직장을 구해 일하는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AGI 안전성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그 이유에 대해 “10년 안에 당신의 직업이 자동화될 예정이라면 대학에서 보내는 매 1년은 당신의 짧은 경력에서 1년을 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결국 초지능 AI(AGI)이 사람들의 일을 자동화하면서 졸업할 때쯤이면 자신들의 직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과연 이같은 우려는 정확한 걸까. 그리고 이런 우려 때문에 대학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직업을 구하거나 창업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일까.

MIT생, ‘AGI가 인류 파멸’이란 공포에 자퇴

앨리스 블레어는 2023년 MIT 신입생으로 입학했을 때, 컴퓨터 과학 수업을 듣고 인류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AI을 개발하는 데 관심 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었다.


이제 그녀는 인간처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가상의 AI인 ‘일반 인공 지능(AGI)’의 등장이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에 영구 휴학을 신청했다.

그동안 현실적 AI시대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AI업계 리더인 샘 올트먼과 데미스 허사비스 두 사람은 공격적인 AGI 실현 일정을 제시하는 일이 있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2029년 이전에 AGI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5~10년의 기간을 제시했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출신인 블레어는 “AGI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살아남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우리가 AGI를 향해 가도록 노력하는 방식 때문에 인간은 멸종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AI 안전 연구에 중점을 둔 비영리 단체인 AI 안전 센터에서 기술 작가로 계약직을 맡아 뉴스레터와 연구 논문 작업을 돕고 있다. 블레어는 MIT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

그녀는 “내 미래는 현실 세계에 달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GI 실현시점, 위험 요인과 그 영향력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지적하는 AGI의 위험 요인은 고용 차질에서부터 실존적 위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AI가 지성을 갖게 되고, 사람들이 그들의 가치를 넘어서는 문제 덩어리라고 판단했을 때 AI가 인류의 미래에 미칠 잠재적 파괴적 영향을 두려워하는 학생은 블레어뿐만이 아니다.

미국 국무부는 2024년 보고서를 통해 AI 개발 속도를 고려할 때 인류는 ‘멸종 위기’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저명한 회의론자들은 종말론적 이야기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갖춘 AI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억만장자의 지원을 받는 AI 안전 센터(Center for AI Safety)와 같은 비영리단체와 앤트로픽과 같은 기업들이 그 예이다.

반면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즉, 초지능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심리학과 AI의 교차점을 연구하는 뉴욕대학교 명예교수 게리 마커스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류 멸종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하지만 AI 안전에 대한 연구는 고귀한 것이며, 현재 진행 중인 연구 중 답을 제시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진정한 AGI가 도래하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변화가 극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어지는 자퇴 행렬과 진로

ⓒTech42

ⓒTech42


그럼에도 AI에 안전한 분야로의 취업, 그리고 AI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예방한다는 약속은 대학 재학생들의 학업 중퇴를 부추기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애덤 카우프만은 지난해 가을 학교를 떠나 인간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기만적인 AI 시스템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레드우드 리서치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위험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이기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건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만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의 형, 룸메이트, 여자 친구도 비슷한 이유로 하버드를 휴학했다. 세 명 모두 현재 오픈AI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도 AGI를 두려워하지만,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보다는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들의 경력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하버드대 학부생 협회와 AI 안전 동아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에 참여한 326명의 하버드대 학생 중 절반은 AI가 자신의 취업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올 5월 하버드를 졸업하고 AI 안전 그룹의 AGI(자동화) 대비 책임자를 맡았던 니콜라 유르코비치는 “10년 안에 당신의 직업이 자동화될 예정이라면, 대학에서 보낸 매 1년은 당신의 짧은 경력에서 1년씩 빼는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AGI가 4년 정도 걸릴 것이고, 경제의 완전 자동화는 5~6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실 속 AGI 영향력과 여전한 논란

이미 일부 기업들은 AI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턴과 신입 졸업생 채용을 줄이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대량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AI가 향후 몇 년 안에 모든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20%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AGI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환각이나 추론 오류와 같은 핵심적인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은 마케팅 과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AI 모델에 점점 더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간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만큼 정교한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퇴하고 일찍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게 정답?

언제 AGI가 실현될지, 그리고 인간 수준의 AI가 뒤흔들어 놓을 세상에서 대학 학위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학생들은 앞서의 사례에서 보듯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기 전에 지금 당장 진로를 찾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중퇴하고 창업을 시작한다.

2023년 이후 학생들은 샘 올트먼 오픈 AI CEO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같은 과거 세대의 성공 사례에 매료돼 AI 골드러시를 쫓기 위해 대학을 떠나고 있다.

마이클 트루엘(24) 애니스피어(Anysphere) CEO와 브렌던 푸디(22) 메르코르(Mercor) CEO는 각각 MIT와 조지타운대를 중퇴하고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었다.

애니스피어의 마지막 기업 가치는 99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였고, 메르코르는 1억 달러 (약 14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AGI가 인간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엄청난 기회를 낚아채려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던 재러드 맨텔은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중퇴 후 전자 설계 자동화를 목표로 하는 자신의 스타트업 대시크리스털(dashCrystal)에 전념하기 위해 중퇴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80만 달러(약 11억 1000만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기업 가치는 약 2000만 달러(약 278억원)에 이른다.

AGI시대에 학위없으면 더 힘들 수도···그리고 개인적 경고

중퇴는 분명한 상충 관계를 수반한다.

퓨 리서치 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젊은 성인은 학사 학위가 없는 동료보다 최소 2만 달러(약 2800만원) 더 많은 연간 소득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AI로 인해 초급 직종이 사라지는 세상에서라면 학위가 없는 젊은이들의 취업 전망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 즉, 학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중퇴한 젊은 창업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공동 창업자는 뭐라고 할까. 그조차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폴 그레이엄 ‘Y 컴비네이터’ 창업자는 지난달 X에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지 말라. 다른 (그리고 아마도 더 나은) 스타트업 기회가 있겠지만, 대학 시절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충고했다.

MIT를 중퇴하고 나온 블레어도 모든 사람이 중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대학을 일찍 중퇴하고 취직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다. 이것은 대학 시절부터 취직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매우 회복력이 강한 사람들에게만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재구 기자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