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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법감금·강압수사’ 이치근씨 사건, 34년 만에 재심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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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법감금·강압수사’ 이치근씨 사건, 34년 만에 재심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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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 위조 상급자 “검사 협박에 공범 허위진술” 양심고백
법원이 검찰에서 감금과 폭언 등 강압 수사를 당한 뒤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된 전직 검찰 서기 이치근씨 사건에 대해 재심을 열기로 했다. 이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지 34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염혜수 판사는 지난 8일 이씨의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했다. 염 판사는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영장 없이 구금하고 욕설과 폭언, 밤샘조사 등 가혹행위를 하면서 자백 및 사직을 강요했다”고 재심 개시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검) 접수계 말단 직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상급자이던 7급 수사관 박모씨를 도와 진정서를 파기했다는 누명을 쓰고 199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1990년 10월 박씨가 진정서를 위조하면서 사건에 휘말렸다. 박씨는 자신의 비위 행위가 담긴 진정서가 접수되자 이를 위조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이씨에게 검사의 지시라며 진정서를 가져오게 한 뒤 자신이 사건 무마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이 사실이 발각되면서 박씨와 이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삐삐와 지갑, 가방을 빼앗고 검사실에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몽둥이를 들고 협박하거나 조사 기간 내내 잠을 재우지 않고 욕설과 폭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를 인정해 2023년 7월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형법상 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불법감금, 폭행 및 가혹행위, 강요죄에 해당해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심 개시의 결정적 요인은 박씨의 양심고백이었다. 박씨는 2022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진실화해위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도 출석해 “검사의 협박에 시달려 이씨가 공범이라고 허위 진술했다”며 “검찰이 동생을 두 번이나 보내 회유하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증언 4개월 뒤인 지난 2월 사망했다. 이씨는 “검찰이 씌운 누명을 벗을 기회가 34년 만에 주어졌다”면서 “지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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