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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별사면, 왜 매번 시끄러울까?... '통합'이라 썼지만 '보은'이라 읽은 국민들 [주말의 디깅]

파이낸셜뉴스 성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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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별사면, 왜 매번 시끄러울까?... '통합'이라 썼지만 '보은'이라 읽은 국민들 [주말의 디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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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2188명의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했다. 이재명 정부 취임 두 달만의 첫 특사였다. 여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민 통합'을 위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60%대를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크게 떨어지는 등 사면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번 주는 특별사면 제도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반복되는 논란을 해결할 실마리를 '디깅'했다.

이재명 정부 첫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오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새벽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2025.8.15/뉴스1

이재명 정부 첫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오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새벽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2025.8.15/뉴스1


특별사면이란 무엇인가

특별사면은 특정인의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는 조치다. 국회 동의를 거쳐 범죄 종류별로 형을 없애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헌법 제79조와 사면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특별사면의 절차는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선정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신년이나 광복절과 같은 나라의 경조사에 맞춰 정기적으로 이뤄져왔다.

특별사면의 유형에는 잔형집행면제 및 복권과 형선고실효 및 복권, 일반 복권으로 나눠진다.잔형집행면제 및 복권은 수형자의 남은 형 집행을 면제해 석방하고, 동시에 제한됐던 자격을 회복시키는 것이고 형선고실효 및 복권은 형 집행을 마쳤거나 집행유예 중인 사람에 대해 선고의 효력을 없애고 복권하는 것이다.

이 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자가 83만6687명이라는 말은, 이는 행정제재 대상자로 벌점이나 영업정지,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감면받은 83만4499명을 합친 숫자다. 형 집행 면제나 형기 단축, 자격 회복이 이뤄지는 엄밀한 의미의 특별사면 대상은 2188명이다.

이 정부의 광복절 특사 대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논란이 되는 정치인 및 재계 인물은 40명 남짓이다. 2188명 가운데 1920명이 일반형사범이며 정치인 및 주요 공직자는 27명, 경제인이 16명이며, 노조원·노점상·농민 184명 등이다. 구성에 있어서는 역대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숫자로 본 특별사면의 역사

역대 정부의 특별사면을 살펴보면 한 정부에서 평균 8회의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횟수로 보면 전두환 정부가 13회로 가장 많는데, 재임기간이 8년으로 다른 정부에 비해 긴 탓도 있다.다음으로 김영삼 정부가 9회, 노무현 정부가 8회, 이명박 정부가 7회 노태우정부가 6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5회, 박근혜 정부가 가장 적은 3회 순이다.

특별사면의 규모를 따져보면, 김대중 정부가 재임 중 7만321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3만 명대로 김영삼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각각 3만8750명, 3만7188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2만2114명이고,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1만명 대로 각각 1만7328명, 1만2966명이었다. 1만명 대 이하는 전두환 정부(8250명), 윤석열 정부(7441명), 노태우정부(6746명) 순이다.

연도별(1998~2024) 특별사면 실시 현황. 자료=e-나라지표

연도별(1998~2024) 특별사면 실시 현황. 자료=e-나라지표


특별사면을 둘러싼 반복되는 논란

특별사면이 발표될 때마다 국민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이 본래 취지인 '국민 통합'보다 '정치적 목적'이 우선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된 특별사면은 '대통령 측근 봐주기'라는 비판에서 구조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주로 대통령의 임기 중반이나 말기에 단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사면 대상에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나 정권과 유착 관계에 있던 기업인 등이 포함되는 패턴이 반복되며 사면이 단순히 법적 절차를 넘어, 정치적 거래나 보은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의혹을 낳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특별사면에 대해 가장 크게 반발하는 지점은 바로 형평성 문제다. 일반 시민들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형기를 모두 채워야 하는 반면, 권력층은 사면을 통해 형 집행을 면제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또한 특별사면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분립'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법부가 오랜 심리 끝에 내린 판결이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무효화하는 조치이기에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면할 거면서 재판은 왜 했냐", "판·검사가 벌 줘도 대통령이 풀어주면 그만"이라는 푸념이 댓글창에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사면, 이대로 괜찮은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2025.8.13/연합뉴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2025.8.13/연합뉴스


헌법상 권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번 특사에 반발해 광복절에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성격의 '국민임명식'에 불참했다. 하지만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홍문종 송언석 위원장은 강훈식 실장에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들의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진이 공개됐고, 실제로 해당 의원들이 사면되면서 "정치인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여권에서도 아쉬움은 존재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사면은 대통령 권한인 만큼 존중할 수밖에 없지만, 오늘날 특별사면 제도는 보은 ·정치권 이해관계 사면이 돼버렸다"며 "애초의 국민 통합 등 취지는 사라지고 통수권자에 부담을 안기며 진영 간 갈등이 심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사면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장제원 전 의원 성폭력 의혹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는 사면 대상자 명단이 발표된 다음날인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특별사면권에 대한 사형선고가 필요하다"며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무죄를 주장했던 조국 전 대표를 겨냥한 듯 "유죄 판결이 났는데도 무죄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굳이 챙기고 싶다면 대통령에게 강제 재심을 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별사면과 관련해 계속되는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사면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대한 사안의 경우 국민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거쳐 결정하는 '국민공론 절차'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디깅 digging'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땅을 파다 dig]에서 나온 말로, 요즘은 깊이 파고들어 본질에 다가가려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주말의 디깅]은 한가지 이슈를 깊게 파서 주말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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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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