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어르신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쌀쌀한 날씨에도 길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특히 75살 이상은 61.3%로 65~74살(30.8%)의 두 배에 가깝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빈곤 심화가 뚜렷하다. 2023년 기준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생산연령층인 15~64살(28명)보다 45% 높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평균 연령이 빠르게 높아지는 아시아에서, 노인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인권 과제로 떠올랐다.
오는 20일 서울 서머셋팰리스에서 열리는 ‘제5차 아셈 노인인권: 현실과 대안’ 국제포럼의의 주제는 ‘연령주의 해체’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국가인권위원회, 주한유럽연합대표부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UN)이 인권·지속가능발전을 저해하는 글로벌 과제로 규정한 연령 차별의 뿌리와 해법을 아시아와 유럽의 시각에서 짚는 자리다.
연령주의는 단순한 편견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요인이다. 연령 편향적 기준(‘젊음’)으로 설계된 정책과 환경, 그리고 고정관념이 노인의 기회와 참여를 제한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개념은 1969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노년학자인 로버트 닐 버틀러가 처음 제시했으며, 이후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과 차별이 노인의 건강과 삶을 훼손한다는 실증 연구들이 축적돼왔다.
이번 포럼은 △연령주의의 역사적·규범적·인권적 관점 △보건·고용 부문의 구조적 차별과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연령주의 극복을 위한 정책·교육·세대 연계 전략 등 세 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개발한 연령주의 측정도구, 세대 간 연대와 교육 캠페인, 제도 개혁 사례 등 현장의 대응 전략도 공유된다.
기조연설은 클라우디아 말러 유엔 노인의 모든 인권 향유에 관한 독립전문가가 맡아 국제 사회가 취해야 할 인권 기반 접근을 제시한다. 개회식에는 이혜경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마리아 카스타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등이 환영사하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시아-유럽재단(ASEF) 등 국제기구 인사들도 축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포럼에는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 유럽사회복지정책연구센터, 세계보건기구, 말레이시아 푸트라대, 충남대, 고려대 등 정부·학계·시민사회 전문가 20여 명이 참여해 각국의 경험과 과제를 공유한다. 모든 세션은 현장과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되며, 사전 등록시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이혜경 원장은 “연령주의는 개인의 편견을 넘어 문화와 제도에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라며, “이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포용적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이번 포럼이 초고령화 시대, 아시아와 유럽이 함께 실질적 해법을 찾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의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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