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자 “소수 중심의 성장 문법 더는 안 통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인사 청문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경제적 강자의 갑질을 바로잡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사무실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재명 정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주 후보자는 “소수에게 집중적으로 특권을 부여하고, 그 소수에 의존하는 성장 문법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며 “혁신적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가 강자가 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자가 성실하게 노력하고 투자해 만든 결과를 물거품으로 만든다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경제적 강자가 갑질을 행사해 약자의 성과를 가로막는다면 누가 혁신하려 하고 누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려 하겠나”라며 “기업 간의 거래 공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 후보자는 “아직도 한국 경제에는 강자의 갑질뿐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등 정실 관계가 만연하다. 이런 정실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경제가 혁신적일 수 없다”며 “공정위가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두가 평등하게 경제적 기회를 추구하는 건강한 시장질서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이후로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그는 “무역협상을 앞두고 세계 최강의 패권국이 전례 없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온플법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라며 “한·미무역협상이 이뤄진 뒤 그에 따라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법 공백이 있는 동안 플랫폼을 규제할 방안에 대해서는 “현행법 체계에서 공정위가 가진 행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막고, 약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장질서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다.

주 후보자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공정위 인력 확충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의 횡포로부터 모든 국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킬 수 있는 균형력을 확보하고 시장경제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 공정위”라며 “경제 규모가 커진 것에 걸맞게 공정위 역할을 다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조직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투명성,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극대화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경제 분석·데이터 생산 및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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