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칼 랄리(시애틀),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라는 강력한 홈런왕 경쟁자들이 등장했으나 그래도 스포트라이트를 뺏기지 않을 정도의 꾸준한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요새 들어 한 선수가 홈런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절대적인 개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미친 스윙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힘 하나는 저지와 오타니도 접고 들어간다는, 지안카를로 스탠튼(36·뉴욕 양키스)의 타구가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스탠튼은 13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와 경기에 선발 4번 우익수로 출전,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맹활약으로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요새 팀 성적이 처지며 분위기가 영 좋지 못한 양키스에 활력소를 불어 넣는 활약이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의 팀인 양키스는 이날 1회 애런 저지, 2회 앤서니 볼피의 홈런에 힘입어 4-1로 앞서 나갔고, 5회 스탠튼의 솔로홈런까지 터지면서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이날 타격감이 좋았던 스탠튼은 4-1로 앞선 5회 우완 토마스 해치의 5구째 슬라이더가 한복판에 몰리자 이를 응징하다시피 방망이를 휘둘러 중앙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는 113.9마일(183.3㎞), 비거리는 447피트(136.2m)로 맞는 순간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스탠튼의 힘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스탠튼은 재활 후 복귀했고, 꽤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고 있다. 물론 42경기 출전이라 표본이 큰 것은 아니지만 타율 0.300, 출루율 0.376, 12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2를 기록하며 양키스 타선을 이끌어가고 있다. 홈런 페이스가 여전한 가운데 전성기 때도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는 스탠튼의 타율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 또한 놀랍다.
애런 저지가 팔꿈치 부상으로 송구가 어려워지자 실로 오래간만에 외야 수비까지 소화하는 등 팀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이 너무 많아 전체적인 계약 평가는 실패로 굳어지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년 20홈런 이상은 때려주는 선수로 분전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스탠튼과 같은 힘이 굉장히 위협적일 수도 있다. 스탠튼이 활약하면 상대 팀은 저지를 거르기가 애매해진다. 스탠튼에게 큰 것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에 부상이 운동 능력을 상당 부분 앗아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여전히 건재한 힘은 그 자체가 미스터리다. 올해 스탠튼의 평균 타구 속도는 무려 94.6마일에 이른다. 하드히트(타구 속도 95마일 이상의 타구) 비율도 54.7%로 역시 리그 최정상급이고, 80.7마일의 배트 스피드 역시 리그 최상위권이다. 평균 타구 속도와 하드히트 비율은 저지·오타니와 거의 비슷하고, 배트 스피드는 오히려 꽤 큰 차이로 두 선수를 앞선다. 저지와 오타니가 36살이 돼 이런 힘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맞은 타구는 총알 같이 나간다. 발사각에 구애받지 않는 리그 거의 유일의 선수다. 발사각 20도 미만의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역사상 가장 많이 친 선수이기도 하다. 스탠튼과 양키스의 13년 총액 3억2500만 달러 계약은 2027년으로 끝난다. 최소 2년이 더 남아 있는 셈인데, 메이저리그 역대 29번째 500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지금처럼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 모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