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사연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 관련 이미지. [일러스트=권해원 디자이너]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낳지도 않고 얼굴 한 번 본적도 없는 아들이 둘 씩이나 올라있는 걸 뒤늦게 안 여성이 조언을 구했다. 남편과는 이미 헤어져 홀로 지내던 상태였다.
1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같은 황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A 씨는 54년 전인 1971년에 지금은 전 남편이 된 남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은 세상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사람으로 결국 A씨는 혼자 사는 게 낫겠다 싶어 외동 딸이 대학에 들어갈 무렵 이혼을 결행했다.
오랜 세월 각자의 삶을 살던 중 어느 날 A씨에게 자녀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는 통지가 날아들었다. A씨는 “무슨 행정 착오가 있었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뒤에는 전혀 모르는 또 다른 사람이 범칙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통지가 왔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 본 A씨는 경악했다. A씨는 “제 밑으로, 제가 낳은 적도 없는 아들이, 무려 둘이나 올라 와 있었다”며 “배 아파 낳은 자식은 딸 하나 뿐인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고 했다.
A씨가 알아보니 의문의 남성들은 이혼한 전 남편이 결혼 전 사실혼 관계였던 여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었다.
A씨는 “그런데도 전 남편은 저를 속이고 결혼했고, 다른 여자가 낳은 아이들을 제 밑으로 몰래 출생등록을 했던 것”이라며 “문득 오래전 그 사람이 술에 취할 때마다 ‘나는 뻐꾸기 같은 사람이야’라고 중얼거렸던 게 떠올랐다”고 했다.
이어 “전 남편의 다른 가족들에게 수소문해 봤지만, 지금 이 두 아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들은 신고운 변호사는 “요즘엔 병원에서 출생증명서를 기록할 때 산모가 누구인지 기재가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50년도 더 전이라고 하니까 아마도 가정에서 직접 출산한 경우에 가능한 일”이라고 짐작했다.
이어 “친자식이 아님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 등재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정리해 두지 않으면 상속에 있어서 다른 상속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혼인 중 태어난 아이는 남편의 자녀라고 법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 잡으려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면서 “친생부인의 소는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반드시 2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연자의 경우 언제 어떤 경위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는 자들이 자녀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인지를 밝혀 제척기간 2년 내에 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변호사는 또한 “문제가 되는 자녀들의 출생일이 혼인신고 훨씬 전으로 돼 있어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을 받지 않는 경우,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 소송은 제소 기간의 제한이 없고,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다면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친생자관계가 아님을 입증하는 방법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소송절차를 통해 유전자(DNA) 검사촉탁신청이 이뤄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는 여부를 판단한다”며 “유전자 검사만 이뤄진다면 부존재 인용 판결을 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연자의 경우 두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는데 소송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소재를 찾을 수 없어 DNA 검사를 하지 못하므로, 친생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게 돼 소송이 기각될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 실종선고를 신청해 법적으로 사망 처리하면 향후 상속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