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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림하이' 유권 "무대는 늘 소중…지금의 속도 유지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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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림하이' 유권 "무대는 늘 소중…지금의 속도 유지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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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겸 블락비 멤버 유권 단독 인터뷰
"'드림하이' 통해 연습생 시절의 초심 다시 느껴"
"가족과도 같은 블락비 멤버들"
그의 목표는 '오래 무대에 서는 것'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블락비 유권. 본인 제공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블락비 유권. 본인 제공


쇼뮤지컬 어게인 ‘드림하이’에서 제이슨 역으로 무대에 오른 블락비 유권.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그간 쌓아온 내공을 폭발시키며 호평받았다. 극의 분위기를 환하게 밝힌 유권은 “모르는 분도 있겠지만 뮤지컬을 한 지 벌써 11년째”라며 웃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 많았어요. 삼동이나 백희 같은 캐릭터는 점잖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분위기를 깨고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건 제이슨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죠. 시즌1에서 제이슨은 2PM 우영 선배가 했지만, 10년 후의 이야기이니 아예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능글맞고 유쾌한 매력의 제이슨


유권은 특유의 파워풀함과 밝은 에너지를 제이슨 캐릭터에 녹여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긴 능글맞음과 말장난, 아재 개그를 제이슨에 더했죠. 제가 술자리에서 텐션이 올라가는 편이라 그런 모습도 참고했어요. 하하.”

유쾌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연습 과정은 치열했다. “연출님도 뮤지컬은 처음이었고 춤 장면이 많다 보니 연습 시간도 제한적이었어요. 남는 시간에 배우들끼리 모여 ‘이 장면을 이렇게 맞춰보자’며 합을 맞췄죠. 서로 으쌰으쌰 하지 않으면 재미없는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덕분에 배우들과도 굉장히 돈독해졌습니다.”

블락비 유권에게 '드림하이'는 소중한 작품이다. 본인 제공

블락비 유권에게 '드림하이'는 소중한 작품이다. 본인 제공


연습생 시절이 겹쳐 보인 무대


유권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연습생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앨범을 준비하거나 처음 뮤지컬에 입문했을 때처럼,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달리던 시절이 생각났어요. 추억에 젖고 초심도 찾게 됐죠. 요즘은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작은 일에도 여유가 생겼지만, 이번 작품이 꿈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그 시절의 간절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는 무대에서 여유와 매력을 뽐내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많은 작품을 하면서 대본 분석과 캐릭터 해석은 기본이 됐어요. 그런데 제이슨은 25분 후에 등장하는 캐릭터라 무대에서 여유가 있었죠. 그 시간을 관객과 더 즐겁게 호흡하는 데 썼습니다. 분위기 전환을 확 시켜주는 캐릭터이니 그런 부분도 신경을 썼고요.”

웃음 포인트를 만드는 법


제이슨은 강렬한 춤 퍼포먼스와 ‘춤의 역사’를 가르치는 수업 장면으로 극의 분위기를 전환한다. “유노윤호 선배의 밈(‘Thank U’의 가사인 ‘첫 번째 레슨’)을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수업 장면에 넣었더니 반응이 폭발했어요. 처음 했을 때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세븐 형이 잘 받아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캐스트마다 애드리브를 달리 했어요. 동우 형이랑 할 때는 ‘내꺼하자’를 인용해서 대사를 쳤고, 진진이를 만나면 아스트로 노래를, 동준이를 만나면 제국의아이들 노래 가사를 이용해서 애드리브를 했죠.”

유권은 “‘드림하이’ 배우 중에 아이돌 출신이 많다 보니 팬들이 많이 보러 온다. 그런 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넣고 싶었다. (상대역에게) 말을 안 하고 무대에서 갑자기 했는데, 깜짝 놀라면서 재밌어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유권은 블락비 멤버들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본인 제공

유권은 블락비 멤버들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본인 제공


꿈을 지켜주는 어른들의 이야기


“‘드림하이’는 어린 학생들만의 꿈 이야기가 아니에요. 삼동과 진국도 각자의 갈림길에 서 있죠. 삼동이는 멋진 무대에서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다가 다시 꿈을 향해 가고, 진국이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해요. 우리 나이대에 이미 이뤄놓은 게 많아도, 새로운 길로 가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런 결정을 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권은 이번 작품에 임하며 무대를 갈망하던 시절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군대 가기 전엔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빨리 다시 서고 싶다는 갈망이 컸죠. 복귀 후에는 뮤지컬 무대도 많이 올랐고 팀 이미지 덕분인지 클럽 공연, 해외 공연도 다양하게 했어요. 독일 클럽 무대는 열기가 엄청났는데, 유럽 투어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군 전역 후 소속사 계약이 종료되면서 공백기를 겪었던 그는 “아무 일도 없으니 불안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매일 열심히 나간 덕에 무대에 설 기회도 많아진 것 같다”면서 “뮤지컬을 하면 가수 활동이 그립고, 앨범 준비를 하면 뮤지컬이 그리워진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발전하고 싶다”고 열정을 드러냈다.

유권은 사인 요청을 받으면 지금도 반드시 ‘블락비 유권’이라고 적는단다. “팀에 대한 애착이죠. 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를 보여주려는 것도 있고, 블락비는 제게 아주 남다른 의미니까요.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팀이기 때문에 소중해요. 저만의 취향을 만들어준 것도 블락비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 것도 블락비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요. 지금은 다들 형제이자 가족이고 서로 응원하는 관계예요.”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큰 목표보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고 싶어요. 뮤지컬도, 앨범도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꾸준히 내고 싶어요. 건강을 지키면서요. 더 높은 곳을 바라기보다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며 길게 가는 게 목표예요. 매 작품과 무대를 소중하게 대하고 싶습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