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새벽 2시면 악마로 돌변하는 '선지' 윤아의 변화무쌍한 캐릭터로 일단 눈길을 붙든다. 윤아의 출중한 매력과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허나 영화가 시작하면 무게중심이 화자인 '길구' 안보현에 쏠렸다는 걸 알게되는 건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 이건, 새벽 2시면 악마로 깨어나는 그녀를 지켜주게 된 어느 백수청년의 이야기다.
복싱선수 출신의 우람한 체격에 강인한 남성미를 갖춘 안보현이 그 길구가 됐다는 게 절묘하다. 우두커니 서서 무언가 지켜보고만 있어도 어쩐지 위협적이라, 스스로의 '무해함'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할 듯한 이 배우는 수줍은 듯 능청스럽게 길구에게 쏙 녹아드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어쩌면 2025년의 덕목처럼 느껴지는 '무해함' 그 이상의 따스한 선의와 애정을 담담하게 설득해낸다.
설정과 이름에도 디테일이 녹아있다. '엑시트' 용남이가 말 그대로 '용감한 남자'라면, '악마가 이사왔다'의 길구에는 '길을 구하는 사람'이란 뜻을 담았다. 이상근 감독은 MBTI가 INFJ로 같은 '외강내유' 안보현이 어딘가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단다. 그래서 본인을 듬뿍 투영한 캐릭터를 기꺼이 그에게 맡겼다는 후문이다. 길구에게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길구를 '천사' 느낌 가득한 '1401'호에 살게 했다. 악마 선지는 아랫집 '1301호'에 산다.
P.S. 윤아가 맡은 선지는 감독이 오래전부터 애정해 온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소피 마르소'의 팬이라 '소피'에서 '선지'를 연상했다는 후문. 이번 선지의 성은 '정'씨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