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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코인 사기’ 권도형, 유죄 인정…플리바겐 찬스로 사면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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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코인 사기’ 권도형, 유죄 인정…플리바겐 찬스로 사면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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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폼랩스의 창립자 권도형씨가 2024년 3월23일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테라폼랩스의 창립자 권도형씨가 2024년 3월23일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경찰의 안내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테라’ 스테이블 코인 발행 사기 사건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유죄를 인정했다고 법원이 밝혔다.



11일(현지시각) 폴 엥겔마이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판사는 결정문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유죄 변경(change of plea) 신문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엥겔마이어 판사는 “피고인은 모든 혐의점을 포함해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진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한 회의를 다음 날 오전에 열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권씨가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줄여주는 검찰의 ‘플리 바겐’(plea bargain)에 응했다는 것이다. 판사가 권씨의 유죄 인정을 승인하면 해당 혐의에 대해선 유무죄 심리 절차가 끝나고 곧바로 형량을 정하는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앞서 지난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모두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권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이 9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권씨는 최대 1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다만,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씨가 9개 혐의 중 어디까지 인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권씨 재판은 이례적으로 긴 재판 시작 전 절차를 거친 뒤인 내년 2월에야 개시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지난 1월 첫 재판 전 협의에서 방대한 증거자료와 암호화된 자료 해독, 권씨 등이 작성한 한국어 통신자료 번역 필요성 등을 들어 충분한 일정을 달라고 요청했고 판사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권씨가 내년 이후에야 결론이 나오는 정식 재판 절차를 포기하고 갑자기 유죄 인정으로 선회해, 사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권씨 쪽은 당초 오는 12일까지 지니어스법의 재판 영향 등 재판 전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을 담은 재판 전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은 가상 자산(암호 화폐)에 우호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 자산 리플(XRP)을 발행하는 리플랩스가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오랜 기간 법적 분쟁을 벌여오다가 최근 소송을 취하했다. 앞서 지난달 미 의회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틀을 마련하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지난 6월 재판 전 협의에서 당시 의회 계류 중인 지니어스법이 권씨 재판에 영향을 주는지 피고인 쪽에 질의했고, 권씨 쪽 변호사는 “당연히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권씨를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검도 트럼프 쪽 인사들로 물갈이됐다. 지난 4월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으로 트럼프 쪽인 제이 클레이턴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검찰 지휘부도 같은 성향의 인물들도 교체됐다. 지난 5월엔 권씨 사건 수사에 참여하고 이후 공소 유지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연방검사 1명이 검찰을 떠나 민간 법률사무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권씨는 가상자산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였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테라폼랩스 주장과 달리 2022년 달러화 연동이 깨지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58조원) 가량의 피해를 입혔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다. 2023년 3월 두바이행 항공기에 타려다 위조여권이 발각되어 체포됐다. 몬테네그로는 지난해 말 권씨를 미국으로 추방해, 이후 미국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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