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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기술 진부화' 논란…"함정 개발에 대한 이해 부족"[인터뷰]

이데일리 김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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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X '기술 진부화' 논란…"함정 개발에 대한 이해 부족"[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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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진 前대한조선학회 함정기술연구회장
KDDX, 대한민국 함정개발의 최대 기술적 도전
기초과학과 기술 적용의 '지연 시간' 최소화 중요
'결정의 순간'에 침묵하면 사업 실패 자초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새 정부들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논의가 재개된 가운데, ‘기술 진부화’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이 해군참모총장 재직 당시 지금의 KDDX 관련 요구성능(ROC)을 승인했음에도 ‘철 지난 구형 함정’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조선업 부흥 지원(마스가 프로젝트) 제안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 협정이 일단락된 상황이다. 미 군함 협력 파트너로서의 설득이 주효했지만, 이같은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은 우리의 함정 개발에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도 있다.

기술 진부화 주장에 대해 국내 함정 분야 권위자로서 KDDX 관련 자문을 해 온 조용진 동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공학기술적 관점을 전제로 설계·건조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 적용은 사업 지연과 실패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서면으로 진행한 조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조용진 동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사진=연구실 제공)

조용진 동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사진=연구실 제공)


KDDX가 함정 기술 발전 측면에서 갖는 의미는?

우리 기술로 세계에서 6개국만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급 구축함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함정에 적용된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중심이 돼 국내의 해양 방산 체계업체들이 다 참가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국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함정 선체를 비롯한 각종 다른 시스템들과 체계 연동과정에서 우리 공학 기술자들은 전문성과 경험지식을 쌓을 것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세계는 우리나라의 함정 개발 능력과 공학기술을 다시 평가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거북선 이후 최고의 기술 도전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KDDX는 우리의 과학기술 저장소인 ‘지식의 저수지’에서 함정에 필요한 전 분야의 기술력을 투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탐지 센서와 무장시스템을 조정 통제해 통합된 전투체계로 연동시키고 국산화 과정에서 각 분야의 공학기술자의 경험적 지식이 숙련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기회의 장으로써 그 무대가 KDDX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KDDX 사업을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만의 통합 전투체계를 갖춘 이지스구축함을 갖게 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앞으로 기술발전을 도모하고 엄청난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줄 KDDX 자체가 ‘과학기술의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KDDX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KDDX의 공식 사업명칭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이지만, 이미 알려진대로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이다.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는 신화 속 ‘무적의 방패’라는 개념을 차용해 이름 붙여진 최첨단 대공 방어 시스템이다. 이에 더해 KDDX에 적용되는 통합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 무장, 통신 및 지휘 시스템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유기적으로 통합 운용하는 체계다. 세계 최초로 ‘통합마스트’(Integrated Mast)까지 채용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하게 된다.

KDDX의 ‘기술 진부화’ 논란에 대해 알고있나?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KDDX와 같은 대규모 장기 국방 프로젝트에서 기술 진부화(Obsolescence)는 항상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함정의 개념 연구부터 설계, 건조, 그리고 실전 배치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개발 초기에 채택된 최첨단 기술이 함정이 취역할 시점에는 구형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 해군의 최신예 함정인 ‘연안전투함’(LCS)과 ‘줌왈트’급 구축함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입증되지 않은 섣부른 첨단 기술의 활용은 오히려 큰 화를 부른다. 더욱이 이로인해 KDDX 사업이 지연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술 진보를 저해하는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

함정의 기술 진부화는 반드시 관리해야 할 중요 요소지만, 이 또한 공학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위협일 뿐이다. KDDX 사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방형 구조’, ‘국산 소프트웨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라는 현대적 개념을 설계에 이미 반영했다. 함정 개발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서 ‘기술 진부화’라는 말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KDDX는 병력 절감형 함정이 아니라는 지적은?

KDDX 연구개발에서 병력 절감 또는 승조원 감축 문제는 공학 기술자들이 가장 핵심적인 설계 목표로 삼았을 부분일 것이다. 이는 과거 30년 전부터 국내 함정 기본설계 과정에 ‘인력 연구’라는 문서로 남겨졌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 인구 감소로 기술 발전에 반영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제로 심각성이 더해졌을 뿐이다.

KDDX는 동등 수준의 구축함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동화된 플랫폼 관리 시스템, 지능형 통합전투체계 등을 통해 절반 가까이 인력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인력을 줄일 경우 승조원의 근무 피로도를 높여 사고 유발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더구나 급격한 승조원 감소로 인한 개인별 부담과 피로도 증가는 지금의 함상 근무 기피 현상을 더 부추기는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어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승조원 숫자는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해군의 운영 개념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KDDX 재설계 주장에 대한 의견은?

함정 개발 절차와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불과하다. 함정개발 과정에서 설계는 공학자들의 연속적인 문제해결과 경험 많은 숙련 기술자의 상상력 및 창의력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연구인력들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반복한다. KDDX 기본설계는 2020년 말부터 3년간 진행됐다. 방사청, 해군, 연구소, 학계 등 수많은 기관이 참여해 수행한 결과물이 각종 보고서와 도면들로 완성됐다. 공학 기술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만들어낸 지혜의 결정체다. 기술 변화와 미래 확장성까지 고려된 기본설계를 다시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 해군의 실패를 답습하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선도함도 아직 안 나왔는데 재설계하자는 것은 함정개발 과정에 대해 모르고 하는 말로 들린다.


미국의 신형 함정 개발 동향은?

최근의 미국 의회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를 보면 ‘연안전투함’(LCS), ‘줌왈트’급 사업, ‘포드’급 항공모함(CVN-78) 등 최근 함정 개발 사업은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실패 사례들은 특정 함정의 개별적인 문제라기보다, 미 해군의 함정 개발 방식에 내재된 공통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째, 요구조건과 이에 연계된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에 착수한 후 나중에 잦은 설계 변경과 재작업으로 비용 폭증과 일정 지연을 가져왔다. 둘째,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에 근거해 예산 승인 후 설계 및 건조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셋째, 미성숙한 검증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들을 너무 많이 적용하려다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하며 위기에 빠졌다. 미국의 숙련된 함정 공학자들이 은퇴하거나 이직함으로써 기술적 역량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마스가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쇠락한 미국 조선 및 함정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한국의 기술적 전문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선 및 함정공학의 기술적 역량은 결국 숙련된 공학자의 경험적 지혜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숙련된 공학기술자가 얼마나 소중한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KDDX 사업의 남은 과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사는 지금은 과학적 발견과 실제 응용 사이의 시간차가 평균적으로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과학적 기술과 실제 적용 사이의 지연 시간(dead time)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이러한 긴밀한 연계는 관련 과학 연구의 신속한 적용을 보장해 주는데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청과 해군 그리고 공학기술자들이 ‘결정의 순간’에 침묵하면 ‘지연 시간’을 스스로 불러오게 될 것이고 결국은 사업의 실패를 자초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자 선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빠르게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 정책결정자가 책임을 안 지고 회피하는 듯한 지금의 행태를 보면 감당 못 할 자리라면 빨리 무거운 견장을 내려놓으라 하고 싶다. 일선 공학기술자로서 이런 공백이 지속되면 기존에 연구소와 학계의 연구개발체계가 무너진다. 지난해 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따른 부작용에서 보듯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