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후반기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반면, LG는 후반기 들어 미친 질주를 하며 1위가 뒤바뀌었다. 한때 한화가 LG에 5.5경기 앞서 있던 시기도 있었다. 한화의 마운드를 생각하면 5.5경기가 커 보였지만, 근래 들어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내는 팀인 LG의 저력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제 LG가 2경기 앞선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한화의 마지막 고비가 찾아왔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주 한화의 부진은 마무리 김서현(21)의 부진으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일주일의 첫 경기였던 5일 KT전에서 제구 난조를 보인 끝에 ⅓이닝 2실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역전패였다. 6일 KT전에서도 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결국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지 못했다. 팀은 겨우 이겼지만, 김서현이 계산대로 던져주지 못하면서 팀 불펜 운영이 전반적으로 꼬이는 문제가 드러났다. 이는 일주일 내내 여파가 있었다.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8일 LG와 경기에서도 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10일 LG와 경기에서는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1이닝 2실점으로 역시 불안했다. 자칫 또 블론세이브를 할 뻔했다. 8월 4일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1.55)을 기록 중이었던 김서현은 단 네 경기 만에 평균자책점이 2.94까지 폭등했다. 올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김서현을 생각하면 당황스러운 일이다.
2011년 투수 4관왕, 정규시즌 MVP 등 당대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하나이자 선발과 마무리 경험을 모두 가진 윤석민 SPOTV 해설위원은 김서현이 힘든 상황에서도 더 당당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마무리는 그런 성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직의 특수성상 너무 한 곳에 꽂혀 있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김서현은 올해 ‘실패’에 있어 너무 자책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윤석민 위원은 “체력적인 문제도 크겠지만 잘 막았던 선수가 역전패를 당하면 멘탈이 무너진다. 그게 쭉 간다. 마무리는 멘탈이 정말 중요하다. 투수들은 이기고 있는 경기를 9회에 날려 먹으면 진짜 자기 때문에 진 것이다. 그래서 한 경기 지더라도 너무 미안하다”면서 “물론 속상하고 진짜 힘들다. 하지만 빨리 떨쳐낼 줄도 알아야 하는데 김서현은 심리적으로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 부진도 체력보다는 멘탈 문제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런 멘탈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윤석민 위원은 “나도 그랬다. 하다 보니까 알겠더라. 그런 것들이 내 야구에 더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우쳤다. 지금 그것을 말해줘봐야 김서현에게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느끼고 경험하고 실패해 보면서 더 단단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결국 앞으로 팀의 마무리,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대표팀 마무리로 가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고 그 과정을 순조롭게 이겨내길 바랐다. 뻔뻔하다는 것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또 필요할 때도 있는 단어다. 김서현이 중심을 잡아야 한화도 살 수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