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은 서툴렀던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그 시절’을 지났음에도 여전히 완전할 수 없는 현재를 곱씹게 만드는 영화다. 개봉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연(수지)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역시 국민 첫사랑’이란 끄덕임이 나오고, 납뜩이(조정석)가 키스하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에선 주체하기 어려운 웃음으로 ‘납뜩’이 된다.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승민(이제훈)이 입은 ‘게우스’(GEUSS) 티셔츠다. 승민은 서연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아끼는 이 옷을 입고 데이트에 나갔는데, 강남 선배 재욱(유연석) 덕에 ‘게스’(GUESS) 짝퉁이었던 걸 알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고선 엉뚱하게 엄마에게 분풀이를 한다.
요즘 짝퉁은 게우스 수준이 아니다. 에스(S)급 짝퉁은 원래 제품 뺨친다. 가방이나 의류는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도 식별이 어렵다. 디자인이나 소재는 물론 바늘땀 수까지 똑같다. 그래서 “오래 쓸 게 아니라 한철 들고 말 디자인은 일부러 에스급을 구해서 쓴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구분하기 힘든 모양새에 비교적 싼 가격으로 유행을 따라갈 수 있는 ‘가성비템’을 원하는 수요가 적지 않단 얘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도 가성비를 즐겼던 모양이다. 그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순방 때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자 당시엔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최근 특검 조사에선 ‘15년 전쯤 홍콩 모조품 시장에서 사 어머니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걸이 모델이 출시된 건 10년 전인데, 진품이 나오기도 전에 짝퉁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해 이 목걸이를 발견했다. 감정 결과는 짝퉁이었다.
순댓국밥을 팔아 승민을 키운 승민 엄마가 산 게우스는, 게스가 알 수 없는 사랑이었을 거다. 신고 재산이 73억원인 김 여사가 ‘어머니 선물’로 샀다고 주장하는 짝퉁 반클리프는 어떤 마음일까. 수사에 대비해 목걸이를 바꿔치기했다고 보는 특검팀은, 서희건설 고위 관계자가 진품을 구입한 정황을 잡고 이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짝퉁 해명’인지 아닌지, 뜬금없이 오빠의 장모 집에서 발견된 짝퉁 목걸이는 알고 있다.
조혜정 디지털뉴스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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