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감염자가 늘면서 입원 환자는 물론 중증 환자가 4주 연속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문제입니다. 향후 유행 수준을 말해주는 하수(도) 검사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4주 연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늘면서 입원 환자는 물론 중증 환자가 4주 연속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문제입니다. 향후 유행 수준을 말해주는 하수(도) 검사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4주 연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최소 8월 중순까지는 감염자가 늘어나는 것이 사실상 확정입니다.
문제는 우리 의료 현장이 이에 대응할 준비가 아직 안 됐다는 겁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용히 충격적인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2의 팬데믹 발생 시 현재의 감염병 대응 체계로는 위기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여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중국, 태국, 대만 등은 확산세가 뚜렷해 위험한 상황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 경고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 재유행이 크게 확산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국내 감염병 관련 귄위자인 이재갑 교수에게 지금의 상황을 솔직하게 물었습니다.
다음은 이재갑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입니다.
Q1.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코로나19 재유행에서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뭐가 달랐던 걸까요?
"우리 주변국에서 크게 유행이 번지던 시점에 각 지방의료청이 (내년) 봄에 접종하려고 남겨놨던 코로나19 백신이 약 85만 돈 정도가 있었어요. 내년에 쓰려던 거라도 지금 당장 고위험군을 안 맞추면 안되는 상황이 됐으니 이걸 맞춘 거죠. 약 열흘 사이에 85만명분이 거의 다 소진됐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지금 제2 팬데믹을 겪고 있었을 겁니다. 위험 상황에서 일단 고위험군이 안전해지면 집단 내 면역을 회복할 수 있는 기본은 만들어진 거거든요."
Q2. 비축 백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데, 그러면 항시 최소 이 정도 백신 분량은 있어야겠군요?
“최소한 여름과 겨울에는 100만 명 정도 분의 백신을 어느 정도 대비를 해놓고 있어야 사회 전체적인 유행을 좀 막을 수 있는 어떤 기초 자산이 좀 되지 않을까고 생각됩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2022년도 2~3월에 오미크론이 세게 유행했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유행은 없겠거니 했죠. 그런데 2~3월에 안 걸렸던 분들이 7~8월에 또 유행 주기를 타면서 우리 국민 거의 80% 이상이 그때 다 걸렸거든요. 저도 당시 7월에 걸렸었어요. 이후 2023년과 2024년 모두 여름에 유행했거든요. 그래서 코로나19가 이제 겨울과 여름에 한 번씩 유행하는 식으로 굳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엔데믹의 새로운 패턴이 된 거죠."
Q4. 백신 접종 효과가 생각보다 짧군요?
"이런 패턴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백신의 효과나 감염돼서 생긴 면역의 효과가 6개월 이상을 못 가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한,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보다 변이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하는데 변이가 발생하는 시점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딱 봄에서 여름 넘어갈 때와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때라는 겁니다."
Q5. 2차 대유행을 막으려면 그래도 일단은 백신을 열심히 맞아야겠죠.
"올해 경우 지금 동남아시아에서 유행을 주도한 변이가 실제 우리나라에서 2~3월에 먼저 나타났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그러니까 추정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 변이를 동남아시아에 넘긴 셈인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문제를 안 일으켰어요. 2월이면 고위험군들이 작년 겨울에 맞은 백신 효과가 남아 있을 때거든요. 그래서 그 변이가 우리나라에서는 큰 문제를 안 일으켰고 오히려 동남아시아로 넘어갔을 때 거기는 백신 효과가 떨어졌을 때라서 유행이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겁니다."
Q6. 그러면 코로나19는 진정한 엔데믹이 없는 걸까요?
"코로나19가 예전에는 한번 유행을 하면 크게 하고 유행을 안 할 때는 좀 잠잠해지는 이런 패턴이었는데 엔데믹 이후 더 당황스러워졌어요. 끊어지지 않고 그냥 기저에 계속 낮은 상태로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거거든요. 유행이 크면 경각심을 갖고 빨리 검사받고 또는 백신 안 맞은 분들은 백신도 맞을 텐데, 유행이라고 언론에서 다룰 정도는 안 되는 상황이면 몸이 안 좋은데도 이게 코로나19라고 생각 안 하고 괜찮겠거니 해서 제때 병원에 안 오시는 거죠. 오히려 지금은 오셨다 하면 완전히 상태가 너무 나쁘게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냥 며칠 만에 돌아가시고, 이런 분들이 저희 병원에서도 한 달에 한두 명씩은 나오거든요. 전국 단위로 생각하면 꽤 많다는 겁니다."
Q7. 메르스나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이런 전염병은 앞으로 계속 나타날까요?
"10년 20년마다 이제 한 번씩 큰 사건으로 나타날 것이고, 또 국지적 유행을 일으키는 상황들은 계속 반복될 거거든요. 심지어 기존에 알고 있는 바이러스들도 한 번 변칙적으로 유행하면 상당히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서 계속 지속적 관심을 갖고 '서베일런스'라고 하죠, 감시도 하고 유행 패턴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난 정권의 특성인 건지 아예 관심이 없어서인지 지금도 세수가 많이 부족해요. 질병관리청의 이런 대비 관련된 예산들이 책정된 게 거의 없어요. 예산이 많이 깎이고 그나마 상징적으로만 한 게 mRNA 백신 5천억 투자하겠다는 거 말고는 없습니다. 인프라로 체계적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예산 지원도 안 되고 인력 지원도 안 되는 상황이라서 오히려 기존에 이어오던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상당히 안타깝죠."
Q8. 그래도 감염병 전문가인 정은경 전 청장께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됐으니 달라지지 않을까요?
"일단 질병관리본부장이나 청장 했던 분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것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관련 기능들은 질병관리청으로 대부분 넘어갔어요. 청이 돌아가는 걸 잘 아시는 분이니까 보건복지부로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에 최대한 협조를 해 주시기는 할 겁니다. 복지부는 특히 감염병 관련 '수가' 개발이 가장 먼저 필요하겠죠. 감염병 치료가 돈이 돼야 병원도 알아서 발 벗고 나서기 때문에 그 바탕을 만들어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었음에도 지난 정부 보건복지부는 이런 데는 전혀 관심을 안 뒀어요., 그래서 질병청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Q9. 제 생각은 감염병 이슈도 중요하지만 복지부장관 입장에서는 의정갈등 마무리가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이번 사태로 교수와 전공의 관계도 깨졌고, 교수와 학생들 관계도 깨졌고, 전공의와 학생들 관계도 깨졌어요. 의사협회와 전공의 의대생의 관계도 물론 깨졌고요. 다시 말해 의사들 안에서도 서로 신뢰 관계가 깨졌어요. 전공의들이 돌아와도 교수들한테 전과 같은 마음을 갖고 트레이닝을 받을까 생각이 들어요. 전공의 입장에서는 1년 반 넘게 현직에서 나가 고생했고 의대생들도 지금 1년 유급당했죠.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교수님들은 뭐 했는데 그냥 자리 지키고 월급 따박따박 받아가면서 뭐 한 거야' 이런 생각들이 있을 수 있어요. 교수들 입장에서는 병원을 어쨌든 지키는 게 환자와 전공의, 의대생 모두를 보호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 의대생한테 교수로서 존경을 받을 것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다 상처만 남아있는 상황인 거죠."
Q10. 정 장관께서도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보건복지부에 있는 이 업무를 했던 분들도 이거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잖아요. 주도했던 사람들은 그냥 다 사라져버렸죠. 어쨌든 뭔가 시작되려면 저는 정은경 장관이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고 사과하고 그리고 다 모아놓고 듣는 것부터 시작할 분이시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정말 우리 너무 분노했다'라는 하소연을 들어주고 '그래 분노한 거 내가 다 안다'라고 말해주는 대화가 필요해요. 이게 꼬인 실타래를 푸는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Q11. '의정갈등'은 윤석열 정부가 균열을 보인 첫 단추였어요.
"의정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모든 게 드러났죠. 저는 윤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소신이' 강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한 번 정한 건 끝까지 밀고 가는 사람. 그래도 의사들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얘기하면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예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좌절했었죠. 그 불통의 모습이 국민으로 하여금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 계기가 됐죠. 윤 전 대통령은 자기가 맞다 생각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단해야 대통령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거라고 생각해 계엄을 시행했고, 그러다 보니 포고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의료인을 처단한다'는 말들이 있다는 거잖아요. 최근 2~3년 동안 의료계는 모든 부분이 퇴행했다고 봅니다."
Q12.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어떤 겁니까.
"감염병 전문가로서 저는 지금 판데믹이 발생하면 우리가 코로나19 때처럼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일선 병원에서는 프론트 라인을 방어하는 가장 기본 인력들이 다 빠져나가 있어요. 올여름에는 아주 운이 좋았던 상황이고요. 이런 운이 계속 작용할 수 없죠. 이 인력들이 다시 돌아와도 의료 현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이 돼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10년가량 걸릴 겁니다. 그 사이에 뭐라도 팬더믹이 발생하면 코로나19 때만큼 대응할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실제 지난겨울에 인플루엔자가 2주 정도 심하게 유행했거든요. 그때 밖에서는 별로 못 느끼셨겠지만 병원 안은 난리였어요. 상태가 나쁜 환자들로 이미 중환자실이 꽉 찼는데 그냥 계속 밀려들어 오니까요. 사실 지금 인력으로는 중환자실을 다 받을 수도 없어요. 저희 병원은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그때 중환자실을 꽉 채웠어요. 그때는 아침에 출근하고 중환자실 환자들 얼굴 보면 가슴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이 정도 유행이면 예년 같으면 '힘든 환자가 좀 많네'라고 느낄 정도인데, 그때는 여기서 조금만 더 유행하면 의료진도 환자도 이제 정말 다 끝장이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시급한 게 의정갈등 해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기에 보건복지부를 맡은 분이 정은경 장관이란 것만 본다면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정식 기자(pron@jtbc.co.kr)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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