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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한미동맹, 75년 전과 달라…중·러 움직임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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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한미동맹, 75년 전과 달라…중·러 움직임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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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치누크 헬기(왼쪽)와 블랙호크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치누크 헬기(왼쪽)와 블랙호크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비롯한 ‘한-미 동맹 현대화’의 배경으로 ‘한국전쟁 이후 75년간 달라진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을 들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을 대북 억지에만 사용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걸쳐 대응할 수 있게 병력을 운용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 현대화’의 배경으로 “동북아의 맥락이 바뀌었다”고 했다. “한국은 75년 전과 다르고 미국 역시 75년 전과 달라졌다”며 “동맹 현대화는 달라진 두 위대한 국가와 세상이 변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브런슨 사령관이 거듭 언급한 ‘변화’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중국·러시아가 점점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최근의 동북아 지정학의 변화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 양자 간의 문서에서는 ‘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 이북에 핵무장한 적대세력이 있고 러시아의 북한 관여가 증가하고 중국 역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위협을 살펴보면 러시아가 연계돼 있다. 양국은 무기와 기술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러시아도 위협”이라며 “중국 해군은 제주 남방을 돌아 올라가 러시아 함대와 합류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이 두 나라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동맹 현대화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란 점을 숨기지 않았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더 강력한 대비 태세를 갖추라는 것”이라며 “그래야 우리가 동맹을 현대화함으로써 다른 일도 할 수 있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 위협을 막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주한미군을 ‘한반도 붙박이 군대’에서 벗어나게 해 역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우리가 하나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도 소화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주한미군의 변화에 대해선 ‘숫자’보다는 ‘역량’에 방점을 찍었다. 동북아 변화에 대응해 주한미군 병력 규모가 줄더라도 첨단전력 보강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5세대 전투기(F-35) 1대가 4세대 전투기(KF-16) 2대를 대체할 수도 있다”며, 지난 4월 이스라엘 방공망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으로 옮긴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의 공백을 5세대 전투기 주한미군 배치로 채운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령 다영역 작전부대(MDTF)나 특히 그 예하의 다영역 효과대대(MDEB), 5세대 전투기 등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다영역 작전부대는 미 육군이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한 여단급 부대로, 미국은 이미 필리핀 등에 배치해 중국 견제에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낡은 정찰기가 퇴역하면 공중 감시정찰 자산을 더 들여오려고 하고 있다”며 “정보수집 및 감시정찰 측면에서 우주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나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분계선을 우주에서 보고 있는데, 미국의 국가급 정보수집기관의 지원을 받고 한국의 국가지리정보국(NGA)에 해당하는 기관과 협력해 더 나은 가시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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