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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세협상서 묵혀둔 안보청구서, 한미 정상회담서 쏟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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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세협상서 묵혀둔 안보청구서, 한미 정상회담서 쏟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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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29일(현지시각)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29일(현지시각)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말 관세협상에서 한국 국방비의 대폭적인 인상과 대중국 견제 목적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려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달 하순께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묵혀둔 안보 청구서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미국 정부가 관세협상 문서 초안에서 한국에 대해 중국을 더 잘 억제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발표하고,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재의 2.6%에서 3.8%로 늘리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려 했다고 전했다. 8쪽짜리 이 초안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미국 각 부처의 의견을 모은 것이고, 5월1일치로 되어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 보도 뒤 “한-미 간 논의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달 31일 타결된 관세협상 논의는 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에서는 관련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애초 한국에 요구하려 했던 안보 카드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는 한국과 ‘한-미 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대통령실도 “한·미 양국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의 능력 및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호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해오고 있다”고 10일 재확인했다. 그 핵심에는 중국 견제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경하고 한반도 외부로도 주한미군의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가 요구해 한·미가 치열하게 협상한 적이 있다. 그 결과 2006년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에는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내용과 함께 “미국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19년이 흐른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한미군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미국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주한미군을 활용하겠다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런 요구가 실현되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주한미군 기지가 대중국 발진 기지가 될 수 있어, 한-중 관계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우려가 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한-미 간에 대만 유사시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는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관심은 국방비 인상이고, 미 국방부의 관심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있다고 본다. 국방비 대폭 인상을 적절히 막아내는 것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뒤 발표될 공동성명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명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핵심 과제다. 김성배 인하대 특임교수(전 국가정보원 해외정보국장)는 “미 국방부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준비하면서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확정하는 내용을 넣으려 할 텐데, 이 민감한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에 논의하도록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엄지원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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