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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한길 난장판 자초해놓고 뒤늦게 징계 나선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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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한길 난장판 자초해놓고 뒤늦게 징계 나선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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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가안전보장정책 추호의 변화 없어…주권안전 건드릴 땐 반드시 보복공격"
지난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객석에서 일어나 “배신자”를 외치며 당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채널에이(A)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객석에서 일어나 “배신자”를 외치며 당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채널에이(A)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민의힘이 지난 8일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탄핵 찬성파(찬탄)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를 외치며 난동을 피운 전한길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11일에는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전한길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한다. 전씨는 반발하며 당원으로서 전당대회 일정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뽑는 8·22 전당대회가 혁신 경쟁의 장이 되기는커녕, 온통 ‘윤 어게인’과 ‘전한길’로 뒤덮이고 있다.



전한길 사태는 국민의힘이 자초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뒤에도 ‘찬탄 대 반탄’ 논쟁을 못 벗어나고 있다. 전씨의 6월 입당이 확인된 직후 당은 그와 선을 긋지 않고 서울시당으로 처분 심사를 미뤘다. 전씨는 내란 옹호, 폭력 선동, 부정선거 음모론 등 반헌법적 주장을 펴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유튜브 토론회를 열어 사실상의 당대표 후보 면접관으로 나서고,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거기 출연해 전씨의 환심을 사려 했다. 두 후보는 윤석열 재입당도 받아주겠다고 했다. 특히 김 후보는 “계엄을 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냐”고 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 삶과 나라 경제를 실질적으로 파괴한 12·3 비상계엄을 하룻밤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충격적 인식이다. 이런 행태들이 극단주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전씨가 난장판을 벌이게 하는 배경이 된 것이다. 그사이 국민의힘 지지도는 16%(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지난 7일 발표)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이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37%)보다 낮은 23%다.



국민의힘은 당헌에 “헌법 정신 존중”을 명시하고, 당규에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의 징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씨 징계 착수는 뒤늦은 것이다. ‘내란 정당’ 꼬리표가 붙은 이 당에서 전씨만 징계 대상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김·장 후보가 ‘왜 전한길만 악마화하냐’며 전씨를 두둔한 게 그 방증이다. 이는 또 다른 당내 갈등 요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전씨부터 신속하고 단호하게 징계해 윤석열·음모론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 아무리 “반이재명 투쟁”을 외친들, 합리적 다수로부터 좁쌀만큼의 호응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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