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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자금난으로 여수 3공장 가동 중단…업계·지역은 ‘위기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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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자금난으로 여수 3공장 가동 중단…업계·지역은 ‘위기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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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 여천NCC 제공

전남 여수 여천NCC 제2사업장 전경 사진. 여천NCC 제공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가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관련 업계와 인근 지역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여천NCC 위기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현재 부도 위기 에 내몰렸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390억원 규모의 운영 자금 결제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에 따라 연간 3000억원에서 1조원대 이익을 냈지만, 2020년대부터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주주사들에 추가자금 총 3000억원 투입을 요청했고, 지난 8일부터는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부도 위기 상황이지만 대주주인 한화와 DL그룹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대여하기로 하는 등 여천NCC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DL케미칼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며 회생보다 기업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 등 기업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 시각차는 지난달 말 남정운 한화솔루션 대표와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남 대표는 “주주사가 지원하지 않으면 여천NCC는 당장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된다”며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적기에 실행한다면 다른 회사에 비해 쫓아가는 속도가 약간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고 적자를 탈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내가 만든 회사지만 지금은 신뢰가 안 간다”며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현 DL케미칼 대표도 “계속 돈을 투입하는 구조는 대림(DL)에 과도한 리스크이고 감당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며 “워크아웃이 여천NCC를 살릴 유일한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양사가 여천NCC에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투입했는데도 또 3000억원을 요청하자 ‘믿을만한 자구안’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취지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업계와 여수산단 인근에선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불황 장기화로 NCC뿐 아니라 하류 부문까지 영향이 커질까 걱정된다”며 “여천NCC가 잘못됐을 경우 여수산단뿐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산단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여수산단과 상생 관계인 협력업체 입장에선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 매우 불안하다”며 “여천NCC가 부도로 가면 산단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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