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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넘어 ‘예술인 기본소득’…K컬처의 성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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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넘어 ‘예술인 기본소득’…K컬처의 성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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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아트페어’로 인해 자본의 냉정한 논리에 노출된 대다수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예술에 매진할 수 있으려면 ‘예술인 기본소득’은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025년 6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문화예술계 수상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즈 아트페어’로 인해 자본의 냉정한 논리에 노출된 대다수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예술에 매진할 수 있으려면 ‘예술인 기본소득’은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2025년 6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문화예술계 수상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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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문화인들과의 공개 간담회에서 “문화예술은 개인의 취미 활동이나 영업 활동, 그걸 넘어서는 공공자산이기도 하다.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건데 우리가 즐길 때는 공공의 자산으로 즐기지만 생산의 영역은 각자 알아서 하는 거로 맡겨져 있다”면서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같은 것을 도입하자는 생각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Art Fair)와 함께 급격하게 자본화된 미술계에서 대통령의 예술인 기본소득 발언은 반갑다.



세계적 미술품 견본 시장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2022년부터 시작해 곧 네 번째 행사를 맞는다. 최근 프리즈는 서울 약수동에 ‘프리즈 하우스 서울’이라는 전시공간을 마련해 페어 기간 외에도 전세계 갤러리들과 전시 및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적 권위의 프리즈가 런던에 이어 두 번째 프리즈 하우스를 서울에 연 것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대한민국 서울이 지닌 문화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리즈가 만든 변화





프리즈가 열리면서 화이트큐브,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적인 메이저 갤러리들이 홍콩에 이어 서울에 지점을 열었다. 프리즈로 상징되는 세계 미술자본의 한국 상륙은 한국 미술의 세계적 위상과 한국 미술시장의 잠재력을 전세계에 각인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리즈가 열리면서 우리 미술계의 풍속도 크게 변했다. 프리즈 기간에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뿐만 아니라 샤넬 같은 명품업체가 개최하는 다양한 파티에 국외에서도 많은 사람이 브이아이피(VIP)로 초대받아 서울을 찾는다. 갤러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청담 나이트, 한남 나이트, 삼청 나이트 등으로 날짜를 정해 해당 지역 일대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두 파티를 연다. 일부 갤러리는 연합으로 별도의 행사 공간을 대여해 퍼포먼스를 곁들인 대형 파티를 열기도 해서 서울 미술계에 난데없이 파티 문화가 파급됐다.



그동안 미술 행사는 고작해야 전시 오프닝이 전부였다. 이런 행사는 대개 공식 행사 위주여서 ‘애프터 자리’는 작가와 관계자가 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곁들이며 담소를 즐기다 헤어졌다. 반면 새로운 파티 문화는 셀럽이라 불리는 쟁쟁한 브이아이피를 초대하고, 최고급 음료나 주류 업체가 협찬하면서 행사 비용이 억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동안 우리 미술계가 자본과 애써 거리를 두며 ‘예술은 돈과 무관하다’는 통념을 외견상 유지해왔다면, 프리즈 이후부터는 돈 세례를 흠뻑 받으며 자본에 완전히 노출됐다.



이미 한국 단색화의 작품 가격도 수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또한 프리즈에는 피카소, 앤디 워홀 등 미술사에서 익히 이름을 들어본 거장의 작품도 출품돼 프리즈에서 만나는 작품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뿐 아니라 백억원대까지 고가 일색이다. 오랫동안 우리의 생존 작가들에게 이런 돈 잔치는 남의 일이었다. 그런데 국외 갤러리가 발굴해 전속한 일부 젊은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의 이름 아래 고가에 팔리기 시작하며 스타 작가들이 생겨났다.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것과 고가에 잘 팔리는 작가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길이다. 물론 이 둘이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예술에서 일가를 이루는 일은 작품으로 큰돈을 벌고 유명 작가로 성공하는 것과는 목표와 과정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본인이 원하는 예술적 행위와 그 성취를 통해 느낄 자기만족이 중요하다. 이에 비해 후자는 정확한 시장 분석에 따라 작품의 스타일을 정의해 거기에 필요한 기량과 독자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야 하고 갤러리와 기획자, 컬렉터들과의 관계 맺기에 신경 쓰면서 스타 작가가 되기 위한 무한경쟁에 자신을 내몰게 된다.



미술 행사가 오랜만에 작가와 관계자들이 모여 밥 먹으며 ‘대포 한잔’ 하는 소박한 모임이 아니라 화려한 파티로 바뀌면서 보통의 작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극소수의 작가가 돈벼락을 맞으면서, 당장 생계유지와 재료비 마련부터 돈이 요구되는 상황에 처한 대다수 작가가 느끼는 소외와 박탈은 커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가 지망생은 자연스럽게 예술적 성취보다 돈 잔치에 참여하는 길을 선택한다. 예술가로서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작가들의 사정도 문제이지만 성공 앞에 예술이 줄을 서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예술 소비자가 누릴 선택의 폭도 제한된다.



미술품 경매회사의 도록을 받아보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다양성이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실감한다. 미술시장뿐 아니라 전시장에서도 전시의 주제나 작품이 이른바 동시대성이라는 유행을 따르는 것 일색이다. 이에 따라 기획자나 작가의 치열한 문제의식과 주관은 보기 힘들고, 유행이 돼버린 동시대적 이슈를 공허하게 복창하며 소비하는 광경을 마주하곤 한다.





우선순위 잘못된 행정





그동안 작가 지원은 주로 전시 및 작업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작가와 기획자에게 주어지던 전시지원금과 대안공간의 운영지원금 일부가 프리즈에 참여하는 상업적 갤러리의 부스비에 지원됐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갤러리들이 경쟁하는 프리즈에 한국 갤러리들이 이름을 걸고 경쟁해 입지를 마련하는 일은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작가나 기획자, 대안공간에의 지원금은 예술 행위와 더불어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간과된 행정이었다.



예술 지원은 무엇보다 예술가 생활 지원이 기본이 돼야 한다. 프리즈로 인해 자본의 냉정한 논리에 노출된 대다수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예술에 매진할 수 있으려면 ‘예술인 기본소득’은 필수적이다. 기본 생활이 보장되면 주변의 돈벼락에 무관심할 수 있고, 자신이 택한 길에 충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각자가 가는 자신만의 무수한 길이 우리 예술을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문화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문화예술인들 불쌍하니까 도와주자’ 이런 차원이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 예술인 기본소득을 생각하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시의적절하고 반갑다. 기술 발달에 따른 인간노동 수요의 감소로 많은 사람이 미래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고려할 때, 삶과 활동 자체가 공공성을 지닌 예술인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다.



이승현 미술사학자 shl2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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