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부터
현대제철·동국제강, 항공사까지
현장 근무 불가피…"다각적 지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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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김희철 대표이사(왼쪽)가 1도크 주변에서 근로자들에게 음료를 건네주고 있다. /한화오션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산업 현장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철강·항공 업계를 중심으로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경영진은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이동식 냉방 시설부터 전해질 음료, 보양식 제공까지 총력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철강·항공업계의 주요 사업장에서 기온·습도·작업 강도에 맞춰 탄력 휴식, 이동식 냉방장비, 수분·영양 공급을 적용한 '현장 맞춤형' 대책이 가동 중이다. 조선·철강·항공업계는 산업 특성상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야외 작업이 많고 현장 중심 근무가 불가피한 구조다.
조선 3사 중 가장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곳은 HD현대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 6월 직접 울산 조선소를 방문해 실내외 휴게시설과 선상 쿨링존을 점검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여름 휴게공간을 대폭 확충해 외업 휴게실만 46개소를 추가 설치했고, 작업 도중 곧바로 쉴 수 있도록 선박 위 선상 휴게실도 신설했다.
또 8월 말까지 기온에 따라 점심시간을 20~30분 탄력적으로 연장하는 등 현장 맞춤형 대책을 시행 중이다.
한화오션 역시 김희철 대표이사가 지난달 직접 거제사업장을 찾아 휴게시설을 점검하고 근로자들에게 쿨토시와 쿨마스크 등을 전달했다. 한화오션은 폭염 취약지역에 이동식 냉방버스와 찾아가는 얼음생수 활동을 운영하며, 체감온도에 따라 오전·오후 휴식시간을 기존보다 2배로 연장했다. 올해 여름에는 총 98개의 휴게공간을 운영하고 제빙기·정수기·식염포도당도 현장에 집중 배치했으며 주 2~3회 갈비탕, 닭백숙 등 보양식 및 생과일 화채·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기온과 체감온도에 따라 휴식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는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을 부여하며, 기온이 28.5도·32.5도를 넘으면 각각 30분, 1시간씩 점심시간을 연장한다. 또 스폿쿨러, 제빙기, 쿨링포그, 살수차, 그늘막 등 냉방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고 쿨링버스와 선상 휴게실을 운영해 온열질환 예방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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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에어컨·냉장고 등 기본 편의시설이 갖춰진 휴게용 카라반을 설치했다. 김포국제공항에도 추가 도입을 예고했으며, 체감온도별 탄력적 휴식 제도도 운영 중이다. 제주항공 휴게용 카라반. /제주항공 |
철강업계도 온열질환 예방에 적극 나섰다. 현대제철은 현대로템·동아오츠카와 '온열질환 예방 안전실천 협약서'를 체결하고, 고열 작업장을 중심으로 이온음료 지원과 체온·혈압 측정을 통한 일일 건강확인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안전쉼터버스, 찾아가는 보건서비스 등을 시행하며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혹서기 온열손상 예방을 위해 현장 내 간이 그늘막 등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얼음 생수·특식·식염포도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 냉방 용품과 보냉 장구를 보급하는 등 근로자 체온 유지와 안전보건관리에 힘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열 작업이 필수인 철강 제조 현장 근로자에게 여름은 가장 일하기 힘든 계절"이라며 "폭염 속에서도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냉방 시설 확충과 휴식 보장, 수분·영양 공급 등 다각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활주로 인근에서 장시간 야외 작업이 이뤄지는 항공 정비 현장 역시 폭염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전해질 음료와 쿨키트를 배포하고, 조중석 대표이사가 현장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하며 정비사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했다.
제주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에어컨·냉장고 등 기본 편의시설이 갖춰진 휴게용 카라반을 설치했다. 김포국제공항에도 추가 도입을 예고했으며, 체감온도별 탄력적 휴식 제도도 운영 중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냉찜질팩, 쿨매트, 수분 보충 음료가 포함된 폭염응급키트를 정비조별로 비치했으며, 정비사 개인에게는 쿨토시·마스크 등의 개인 키트도 별도로 제공했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부터는 공항 근무자를 위한 쿨비즈 유니폼을 지급하고 있다.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여름용품 지원과 온열질환 발생 시 대처 방법 안내 등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은 자연재해에 가까운 변수지만 이를 감당하는 건 결국 현장 사람들"이라며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근로자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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