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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을 509억 흑자로…‘미다스 손’ [CEO라운지]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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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을 509억 흑자로…‘미다스 손’ [CEO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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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선 하나투어 대표


1976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입사/ 2020년 하나투어 각자대표 선임/ 2022년 하나투어 대표(현) [일러스트 : 강유]

1976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입사/ 2020년 하나투어 각자대표 선임/ 2022년 하나투어 대표(현) [일러스트 : 강유]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와 디지털 전환 물결 속에서 여행 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이 하나투어다. 코로나19 후유증과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하나투어는 지난해 매출 6166억원, 영업이익 50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1년 매출 403억원, 영업손실 1273억원에서 불과 3년 만에 이뤄낸 극적인 반전이다. 이 같은 환골탈태 실적의 중심에 송미선 대표(49)가 있다.

송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하나투어 대표로 선임됐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한 그는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해 약 20년간 금융, 산업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2019년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1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투어의 최대주주가 될 당시, 기업 실사를 총괄했던 인연을 계기로 대표직에 올랐다. 이로써 ‘하나투어 창립(1993년) 이래 첫 여성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2022년부터는 단독 대표를 맡았다. 이후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하나투어 위기 극복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창립 이래 수많은 국내외 변수 속에서도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왔다. IMF 외환위기 때는 여행 업계 1위로 도약했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신종플루 유행 이후에는 여행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확대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위기를 기회로…소통과 혁신으로 돌파

송 대표 역시 이런 ‘회복 DNA’를 바탕으로 코로나19를 여행 패러다임을 전환할 기회로 삼았다. 물론 고통스러운 과정도 있었다. 비주력 사업 부문인 부동산을 처분하고, SM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으며, F&B·미디어·문화 사업을 중단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팬데믹이 절정이던 시기에는 대부분 직원이 유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고난의 행군을 감수해야 했다.

약 1년 6개월 만에 정상 근무 체제로 복귀하던 날, 송 대표는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첫 출근길에 직접 직원 한 명 한 명과 인사하고 커피와 간식을 나눠주며 이들을 격려했다. 임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소통 프로그램 ‘써니가 간다’를 기획해 요가, 스피닝, 볼링 등을 함께 즐기며 동료애를 다지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2023년 11월에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도 의미 있는 날로 꼽았다. 엔데믹 이후 본격적인 재도약을 준비하던 시점이다. 당시 임직원뿐 아니라 동반 성장 파트너인 항공사, 호텔, 협력사 관계자 등 900여명을 초청해 감사를 전하고, 하나투어의 새로운 30년을 위한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아울러 ‘새 술은 새 부대에’도 실천했다.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꿈꾸는 대로, 펼쳐지다’로 정하고 기존의 자주색 로고를 하늘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색상으로 변경해 새로운 비전을 시각화했다. 지도와 여행 안내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에 하나투어를 상징하는 ‘H’를 삽입한 새 로고는 ‘하나투어와 함께 펼쳐가는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객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 끌어올려

“여행 본업에 집중하자”는 원칙 아래, 송 대표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회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IMM PE와 창업자 지원을 받아 새로운 여행 상품과 시스템 개편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고객 중심 철학은 상품과 마케팅 전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송 대표는 특히 디지털 기반 경영에 공을 들였다. 고객만족도 지수(HCSI)를 도입해 고객 경험을 체계적으로 수치화하고, 이를 연령대별 상품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했다. 또한 ‘하나 LIVE’ ‘하나 오픈챗’ ‘숏플’ 등 다양한 앱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고객 접점을 넓혔다. 또 이렇게 자체 앱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로 2030세대를 위한 ‘밍글링 투어’, 5060이 주류인 ‘다시 배낭’과 같은 세대별 맞춤형 히트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송 대표는 “패키지여행 중 자유 일정을 즐기고, 자유여행객이 특정 구간에 합류하는 등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경계는 고객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며 “두 여행 형태의 장점을 결합한 기획 여행이 각광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밍글링 투어’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2030세대를 테마별 호스트와 연결하고, ‘다시 배낭’은 전문 인솔자가 동행해 돌발 상황 대처가 가능한 5060세대 맞춤 단체 배낭여행이다.

‘하나팩 2.0’ 역시 하나투어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쇼핑센터 방문을 과감히 없애고, 선택 관광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 것이 핵심이다. 현지 맛집, 명소 방문, 시내 중심 호텔 숙박 등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상품을 재구성했다.


송 대표는 “첫 출시 때 업계 반응은 냉담했지만, 최근 주요 여행사들이 앞다퉈 쇼핑 없는 중고가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보면 하나투어가 여행 시장을 선도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효과 측정이 가능한 SNS 콘텐츠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이색적인 소재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신선한 시도로 조회 수 100만회를 넘는 콘텐츠가 연이어 탄생했다. 50대 이상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한방(HANABANG) 프로젝트’도 디지털 마케팅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하나투어 온라인 회원 수는 2022년 3월 590만명에서 올해 3월 기준 858만명으로 급증했다.

송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다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아질수록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한다’는 분석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동남아 여행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며 “한국의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장에 동남아 아웃바운드 시장까지 더하면 기존보다 4배 가까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 초 싱가포르에 설립한 투자 법인은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서,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하나투어의 시스템과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주주 가치 제고·환원 아쉬움

물론 남은 과제도 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에게 환원하는 ‘밸류업’ 흐름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하나투어는 2027년까지 매출 900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올해부터 연결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고객 요구가 세분화되면서 늘어나는 맞춤형 여행 수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흡수할지도 중요한 과제다. 송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AI다. 그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여행업의 특성상, AI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인력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고,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멀티 에이전트 기반 생성형 AI 챗봇 ‘하이(H-Ai)’를 출시하는 등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계속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송 대표는 “하나투어는 창립 이래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며 “여행 산업 발전을 위한 도전에 망설임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최고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1호 (2025.08.06~08.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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