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3대 비극
이승아 글·그림
이루리북스 | 76쪽 | 1만9000원
이승아 글·그림
이루리북스 | 76쪽 | 1만9000원
‘바퀴둥절’이라는 살충제의 작명 센스에 크게 감명받은 적이 있다. 책 속 ‘해충 3대장’의 이름들도 이에 못지않다. 1막을 화려하게 연 주인공은 모모, 바로 모기다. 모모는 조카들과 함께 산다. 이들은 아직 어려서 피맛을 모른다.
“이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건 빨간 음료야. 절대 궁금해하지도 말고 찾으려 하지도 마.” 모모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동생이 인간의 손에 죽는 걸 봤기 때문이다. ‘인간들에게는 솔솔 뿌리기만 하면 모든 음식이 맛있어지는 마법의 가루가 있다고 하던데…’ 모모가 킁킁대며 찾아낸 건 다름 아닌 라면 수프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모모. 다음 장엔 단 한 글자가 적혀 있다. 짝.
상상하는 그게 맞다. 그는 갔다. “모모는 언제 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엔딩이다.
2막은 퀴바퀴바가 주인공이다. 눈치챘겠지만 바퀴벌레다. “앗싸! 오늘도 우리는 아주 잘 차린 밥상을 찾아냈다. 퀴퀴.” 눈앞에 만찬이 펼쳐지니 흥이 한껏 오른다. “모두 소리 질러! I say 바 You say 퀴 바퀴! 바퀴!” 이번엔 퀴바퀴바의 레이더에 후식이 포착됐다. ‘무슨 맛일까? 입에서 살살 녹는 달달한 꿈의 맛? 그런데 흐음… 맛있는데… 정말 맛있는데 왜… 자꾸… 눈이… 감… 기지?’
3막은 초초와 리리가 등장한다. 초파리의 세계엔 몇가지 규율이 있는데 ‘얼굴이 비치고 좋은 향기가 나는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가 제1 원칙이다. 그런데 포도주스 향기에 매혹된 둘은 원칙을 어기고 만다. 초초가 인간의 머리카락을 밧줄 삼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초초 이제 그만 돌아와! 더 내릴 수가 없어!” 다음 장엔 딱 세 자가 쓰여 있다. 뚝! 퐁당.
슬픈 이야긴데 꺼이꺼이가 아닌 큭큭큭 하게 되는 요상한 그림책이다. 웃음이 ‘고픈’ 어른들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임지영 기자 iimi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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