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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끼리도 소통 안돼… 작업 늦어지니 재촉"

파이낸셜뉴스 전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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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끼리도 소통 안돼… 작업 늦어지니 재촉"

서울맑음 / -3.9 °
급증하는'다국적 공사장'
"말뜻 다 이해했는지 확인 어려워"
현장감독관·안전책임자 노심초사
건설사들 앞다퉈 안전 예산 늘려
통역앱에 국가별 안전매뉴얼 제작
14일, 20대 건설사 긴급간담회


한 공사 현장에 걸려있는 '비상대피로' 안내 현수막에 외국어가 함께 표기돼있다. 업계 제공

한 공사 현장에 걸려있는 '비상대피로' 안내 현수막에 외국어가 함께 표기돼있다. 업계 제공


"안전관리책임자가 교육하면 '예스' '예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수칙을 모두 이해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7일 건설업계 전반에 강력한 '안전주의보'가 켜진 가운데,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국인과 외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 끼리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반응이다.

■낮은 이해도에 '일 재촉' 반복 구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설현장 내 외국인 근로자는 중국,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있다. 외국 인력의 증가와 소통의 장애는 사고 사망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2021년 이후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줄어들고 있음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사고 사망은 증가해 2023년 기준 15.4%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대책을 일찌감치 내놓고 실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외국인 채용 시 한국어 가능자 위주로 채용하며 통역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또 안전보건교육에 외국인 소통전문가 정규 과정을 편성하고 고위험 구간에는 미숙련 외국인의 단독 작업을 금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영어, 변역프로그램, 통역 등을 통한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0개 국가의 언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사항과 필수 안전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구조적인 한계에 늘 노심초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마다 5~6개의 언어로 구성된 안전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끼리도 즉각적인 소통이 안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현장 종사자는 "내국인도 5060세대가 대부분인데 외국인까지 더해지니 안전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낮아 일 처리 속도 등 능률이 떨어지다 보니 관리자 입장에서는 일을 재촉하게 되고 작업이 무리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 안전 예산 확대 추세

건설사들은 법정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등 안전 관련 예산도 확대하는 추세다. A건설사의 올해 안전 관련 예산은 1325억원으로, 법정 산업안전보건관리비 1063억원에 262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현장별 안전보건예산은 △2023년 9억4600만원 △2024년 9억7100만원 △2025년 12억400만원(7월 기준)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는 2년 전보다 27% 늘린 수준이다.

B건설사도 2021년부터 최고안전책임자(CSO) 주관으로 법정 안전관리비 외에 안전확보에 필요한 추가 제반비용을 편성하고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연간 평균 242억원 규모의 비용이 집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관련 예산을 아끼려 한다는 것은 아주 옛말"이라며 "업계 모두가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어지자 고용노동부가 오는 14일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긴급 소집하기로 했다. '20대 건설사 CEO 안전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올해 기준 시공능력 1위 삼성물산부터 20위 KCC건설까지가 참석 대상이다. 최근 반복된 중대 재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ming@fnnews.com 전민경 최아영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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