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테슬라로부터 23조 규모의 초대형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애플의 차세대칩을 생산키로 하면서 사업 회복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AI(인공지능)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서도 삼성 반도체가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공급계약 따내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사업장 [사진 = 연합뉴스] |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애플과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차세대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은 애플 측에서 삼성과 협력하고 있음을 공식화함으로써 알려졌다. 애플은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테슬라에 이어 이번 애플과의 성과 역시 이재용 회장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이 회장은 지난달 중순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 행사에 참가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경영 행보가 이번 수주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에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를 생산해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이미지센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와 생산 총괄을 맡고 있다.
통상 애플이 신제품 준비에 2∼3년가량 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7년 이후 아이폰에 자사 이미지센서 브랜드인 아이소셀을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닥 친 삼성 파운드리…고객 확보 기대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업계에서는 연이은 고객사 확보로 그 동안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운드리가 바닥을 치고 반등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 TSMC에 밀리며 매년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영업 손실은 5조5000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달 테슬라와 단일 계약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수주를 따낸 데 이어 애플과의 계약까지 성사시키며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이를 통해 브로드컴이나 메타 등 다른 빅테크 업체로의 추가 고객 확보도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를 100%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을 통한 파운드리 계약 확대는 관세 부담을 줄여줄 전망이다.
특히 경쟁사인 인텔이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 대폭 축소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행보는 대조를 이룬다.
SK하이닉스 질주 속 HBM 반등 여부 주목
[사진출처 = 연합뉴스] |
파운드리 적자 해소 기대감에 가라앉았던 그룹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삼성전자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의 반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질주 속 삼성전자는 1년 이상 엔비디아의 HBM3E(5세대) 퀄 테스트 통과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HBM3E 공급을 확정함으로써 HBM 기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전체 HBM 사업에서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후반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90%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HBM4(6세대)는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황으로, 업계에서는 이 주요 고객사를 엔비디아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엔 실적이 반등하는 ‘상저하고’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며 “반도체 사업 부문은 근본적인 기술경쟁력 회복에 전사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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