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할 당시 차범근 선수. 중앙포토 |
전성기를 어떻게 보냈느냐 만큼이나 중요한 게 ‘마지막 커리어’다. 손흥민은 고심 끝에 미국프로축구(MLS) 로스앤젤레스FC(LAFC)를 선택했다.
차범근·박지성·이영표 등 ‘선배 축구 레전드’에게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 현역 커리어’는 은퇴 이후의 경로에도 영향을 끼쳤다.
차범근은 SV다름슈타트(1978~1979),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1979~1983)을 거쳐 바이어 레버쿠젠(1983~1989) 등 독일 분데스리가 3개 팀에서 뛰며 98골을 기록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두 팀에서 각각 UE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1979~1980 UEFA컵 우승을 차지한 후 아인트라하트 프랑크푸르트 팬들에게 우승컵을 들고 인사하는 차범근. 중앙포토 |
레버쿠젠에서는 1987~1988시즌에 UEFA컵 우승을 이끈 뒤 1시즌을 더 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은퇴 때 나이는 36세였다. 손흥민이 지난 5월 토트넘에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안기고 영국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한 것과 유사하다.
차범근은 레버쿠젠에서 뛰던 마지막 두 시즌(1987~1989)동안에는 구단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쾰른체육대학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은퇴 2년 전부터 공부를 시작한 건 독일의 선진 축구를 경험하면서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은퇴한 1989년에는 1급 지도자 자격을 획득했다.
차 감독은 은퇴를 준비하면서 1988년 차범근축구교실을 만들고, 차범근축구상을 제정하는 등 유소년 축구 육성을 위한 실천을 착착 진행했다. 이동국·박지성·기성용·황희찬·백승호 등이 차범근축구상을 받으며 국가대표까지 성장하는 등 결실을 맺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박지성은 2012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작별하고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로 전격 이적했다. 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팀이었지만 두 팀 사이의 명성의 차이는 컸다.
2013년 7월 퀸즈파크 레인저스 소속 박지성 선수(왼쪽)가 토니 페르난데스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회장과 함께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열린 ‘에어아시아X’ 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 취항식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
말레이시아의 부호인 구단주는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팀 홍보에도 박지성을 이용했다. 2012~2013시즌 그러나 박지성은 후반기 들어 주장 완장을 내려놓아야 했다. 또 팀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며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QPR에서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 20경기에 출전해 3도움을 기록했다.
박지성은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맨유에서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제 몫을 다했지만, 간판스타 구실을 기대했던 QPR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성은 퀸스파크레인저스로 이적한 직후 팀의 주장을 맡았다. 사진 QPR 페이스북 |
QPR은 2013~2014시즌에 박지성을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에인트호번으로 임대를 보냈다.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을 마치고 유럽 진출할 때 몸담았던 에인트호번에서 1시즌을 더 뛴 후 선수 생활을 마쳤다. 마지막 시즌 그는 27경기에 출전해 2골 5도움을 올렸다. 은퇴 때 나이는 35세.
이영표는 토트넘(2003~2008)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2008~2009), 사우디 알힐랄(2009~2011) 거처 미국 MLS 밴쿠버 화이트캡스(2011~2013)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향후 스포츠 행정가가 되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도 선택의 배경이 됐다.
2013년 10월 27일 열린 이영표 밴쿠버 화이트캡스 은퇴 경기 입장권. 사진 이영표 SNS 캡처 |
이영표는 당시 K리그 구단으로부터도 이적 제의를 받았지만 “당장 K리그에 뛰는 것보다 더 공부해서 K리그와 한국 축구에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는 두 시즌 동안 주전 풀백으로 잇달아 30경기 이상 출전했다. 얼마나 철저하게 몸 관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37세로 은퇴. 이영표는 은퇴 이후 강원FC 대표이사, 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홍명보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2001년 포항 스틸러스와 2003년까지 2년 계약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의 역할을 완수한 뒤 2002년 11월 미국프로축구 LA 갤럭시에 입단했다. 미국 프로축구를 경험하며 영어를 익히고 지도자 생활 등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35세로 은퇴했다.
홍명보가 2014년 은퇴 기자회견에서 당시 LA 갤럭시의 감독 스티븐 샘슨으로 부터 위로 받고있다. 중앙포토 |
LA 갤럭시는 MLS가 창설된 1996년부터 있던 팀이다. 지금은 손흥민이 입단 예정인 LAFC와 지역 라이벌이다.
33세로 30대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에게는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이 선택의 가장 큰 변수였다. 그는 지난 2일 토트넘과 결별을 알리면서 “저에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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