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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치인 사면한다면 조국도 해 달라"… 대통령실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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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치인 사면한다면 조국도 해 달라"… 대통령실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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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우상호 예방에서 조국 사면 언급
이 대통령, 정치인 사면 여부 장고 중
역대 첫 사면 정치인 포함은 文 유일
'MB 저격수' 정봉주 사면으로 질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1월 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열린 '디케의 눈물 작가 사인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1월 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열린 '디케의 눈물 작가 사인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6일 파악됐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인 만큼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첫 사면부터 정치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이 대통령으로서 적잖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치인 사면 여부 먼저 물어본 文


문 전 대통령은 전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정무수석은 오는 15일 열리는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끝날 무렵 우 정무수석에게 "이번에 정치인 사면이 있느냐"고 물었고, 우 수석은 "정치인 사면에 대해 이 대통령의 말씀이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만약 정치인을 사면하게 되면 조 전 대표도 (사면)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조국혁신당뿐 아니라 시민사회,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면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여름휴가 중인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업무에 복귀해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사면 대상 명단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7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지만,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규모와 대상자 모두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BBK 의혹 제기' 정봉주 사면이 역대 유일


하지만 역대 대통령의 첫 사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민생 사범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사면에서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를 포함하지 않은 채 생계형 사범 또는 공안·노동사범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첫 사면 대상으로 정치인을 포함하지 않은 대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사면했다.

첫 사면부터 정치인을 포함시킨 사례는 문 전 대통령이다. 2017년 12월 발표한 신년 특사 명단에 'MB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을 포함시켰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지만, 이 사면을 계기로 정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17년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25명을 포함한 총 6,444명을 사면했다. 연합뉴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17년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25명을 포함한 총 6,444명을 사면했다. 연합뉴스


이처럼 취임 후 첫 사면에 정치인을 포함한 사례가 드문 것은 대통령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크다는 방증이다. 문 전 대통령도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야 했다. 당시 여권 중심으로 정 전 의원 외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에 대한 사면 요구도 있었던 탓에 진영 안팎에서 적잖은 비판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회로를 택한 경우다. 2008년 6월 취임 100일을 기해 단행했던 첫 사면에서 생계형 운전자나 고령, 신체 장애 등으로 수감생활이 어려운 수형자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두 달 뒤 광복절 특사에서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들과 기업인까지 대거 사면했다. 첫 특사는 아니었지만, 시차가 두 달에 불과했던 탓에 사실상 첫 특사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