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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이 간다④] ‘케데헌’이 연 포문… 가상 아이돌, K팝 주류 노린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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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이 간다④] ‘케데헌’이 연 포문… 가상 아이돌, K팝 주류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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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K팝은 이제 더 이상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팬들과 호흡하던 인간 아이돌의 영역은 이제 가상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최신 기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되며, 실존하지 않지만 존재감을 지닌 '버추얼 아이돌'이 새로운 K팝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 사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HUNTRIX)’의 멤버 루미, 미라, 조이가 무대 밖에선 악귀를 사냥하는 헌터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리더, 메인보컬, 메인댄서, 메인래퍼 등 실제 아이돌처럼 역할이 구체화돼 있으며, 작사·작곡·안무를 스스로 소화하는 ‘자체 제작돌’ 설정도 더해졌다. 이들과 경쟁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Saja Boys)’ 역시 개성 있는 캐릭터 디자인과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특히 케데헌의 주제곡인 헌트릭스의 ‘골든(Golden)’과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각각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 2위,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블랙핑크와 BTS가 세운 기록을 뛰어넘는 성과로, K팝 역사상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음악의 인기에 힘입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안무와 노래를 커버한 영상이 수백만 건 이상 업로드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 인기 K팝 아이돌인 라이즈, 보이즈넥스트도어, 아이브 등도 '소다팝', '골든' 챌린지에 동참하며 열기를 더욱 확산시켰다.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의 세계관을 분석하거나 인물 간 서사를 재구성해 공유하는가 하면, 팬아트·팬메이드 영상 등 다양한 2차 창작 활동을 통해 가상 아이돌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설정집이나 관계도, 웹툰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공유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처럼 가상 아이돌 역시 실존 아티스트처럼 팬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실재하지 않아도 ‘존재감’을 증명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이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서, 매력적인 서사와 팬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세계관, 그리고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음악, 공연, SNS, 굿즈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유니버스를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도 가상 아이돌 IP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세계관 ‘광야’ 속 버추얼 아이돌 ‘나이비스(naevis)’의 신곡 ‘센시티브(Sensitive)’ 티저를 지난달 28일 공개하며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데뷔한 나이비스는 SM 30주년 콘서트에서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나이비스는 하이퍼리얼 VFX 기술로 구현돼 3D, 툰 스타일 등 다양한 형태로 플랫폼별 스타일에 맞게 확장되고 있다. 향후에는 AI 보이스, 생성형 AI 콘텐츠를 기반으로 웹툰, 게임, 굿즈, 브랜드 협업 등으로 IP 유니버스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대표 사례로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있다. 플레이브는 지난해 하이브 재팬과의 협약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일본 첫 싱글 ‘가쿠란보(Kakurenbo)’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해당 싱글은 발매 첫날 270만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일본 노래 최초로 멜론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도쿄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일본 공식 팬클럽을 오픈하는 등 글로벌 팬덤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오는 8월에는 서울 KSPO 돔에서 열리는 3일간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 ‘대시: 퀀텀점프(DASH : Quantum Leap)’를 전개하며, 버추얼 아이돌로서는 이례적인 대형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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