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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가자 완전 점령안’에 이스라엘 군부 등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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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가자 완전 점령안’에 이스라엘 군부 등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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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위대가 아얄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과 전쟁 종식으로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위대가 아얄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과 전쟁 종식으로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완전 점령안’ 추진 논의를 두고, 이스라엘 안팎에서 인질 희생, 국제적 고립, 통치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현지시각)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총리실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기로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에게 이런 뜻을 전하며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면 20명으로 알려진 생존 인질은 살해당할 위험성이 커진다고 에이피(AP)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의 75%에 달하는 지역을 점령한 상태인데, 인질들이 감금된 지역에 대해선 접근을 꺼려왔다. 이 때문에 인질 가족들은 ‘가자 완전 점령안’이 사실상 인질 사형 선고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수십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하고, 구호물자 배급이 더 어려워져 굶어 죽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폐허가 된 가자에 새로운 피난처를 만드는데도 수개월에 걸친 작업 기간과 국제 사회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로슬라브 옌차 유엔 부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가자 완전 점령안’ 검토를 두고 “수백만 팔레스타인인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가자에 남아있는 인질들의 생명을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이스라엘 남쪽 국경에서 본 가자 지구의 파괴된 모습. AFP 연합뉴스

5일 이스라엘 남쪽 국경에서 본 가자 지구의 파괴된 모습.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완전히 점령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통치 문제가 남는다. 1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투표권 등 기본권과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끊이지 않는 반란과 테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이스라엘 극우 세력은 아예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 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이런 여러 문제 때문에 내각과 군 일부에서도 가자 지구 완전 점령에는 반대해왔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날 “대부분 고위 군 장교들의 지지를 받는 자미르 참모총장의 완전 점령안 반대로 네타냐후 총리와의 갈등이 폭발 직전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내각을 소집해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3시간가량 논의했지만, 회의 종료 이후 어떠한 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에이피 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내 신베트 정보기관의 전 대표인 요람 코헨은 영상으로 네타냐후의 계획은 “환상”이라며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무기에 접근하는 동시에 인질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네타냐후가 장기적으로 가자를 재점령하려고 시도하는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한다면, 생각이 있는 사람은 이스라엘은 지지하면서도 네타냐후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에이피 통신은 “네타냐후의 가자지구 재점령 위협은 지난달 미국,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한 협상이 결렬된 후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이거나,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중요한 키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관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를 재점령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건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결정에 달려 있다”라고 답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수십명의 시위대는 이날 저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네타냐후 총리의 가자 지구 점령 계획에 반대했다. 시위대는 성명에서 “우리는 당신들의 미친 메시아적 망상 때문에 군인들과 인질들이 더 피를 흘리게 두지 않겠다”며 “당장 전쟁을 끝내고, 가자에서 철수하고, 인질들을 데려와라”고 요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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