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팬서비스가 좋기로 소문 난 손흥민이지만 이날 만큼은 '역대급'이었다.
곧 전 소속팀이 될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 혹은 아직은 주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셔츠 등을 갖고 나타난 팬들의 기다림에 화답했다. 200여명 정도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 촬영에 응하며 눈을 맞췄다.
손흥민이 새 팀 로스앤젤레스(LA) FC 입단을 위해 출국했다.
손흥민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 LA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지난 2015년부터 10년간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토트넘에서 활약한 손흥민은 화려했던 '축구종가' 생활을 마감하기 직전이다. 그는 6일 MLS 인기 구단 중 하나인 LA FC와 계약할 예정이다.
손흥민이 출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몰려든 팬들은 250명 안팎이었다. 무더위에도 검은 가죽재킷을 입고 나타난 손흥민은 터미널에 들어선 직후부터 웃으며 사인을 해나갔다. 초반엔 1m를 전진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사인과 사진 요청이 빗발쳤다. 손흥민은 불쾌한 기색 없이 농담까지 하면서, 자신이 스포츠스타를 넘어 한국 최고의 셀러브리티 중 한 명임을 증명했다.
오후 6시10분부터 시작된 '손흥민 즉석 사인회'는 30분을 훌쩍 넘어 오후 6시46분에 끝났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토트넘 공개 훈련 뒤에도 더운 날씨 속에 오래 기다린 팬들의 정성에 30여분간 사인하고 인사를 나눴다. 사흘 뒤 다시 만난 팬들에겐 더욱 정성스런 팬서비스로 박수를 받았다.
이제 손흥민은 토트넘과 작별하고 새 팀에 입단하기 위한 마지막 수순을 밟는다.
이미 이적료와 연봉 등 LA FC에 입단하기 위한 모든 조건이 확정됐다. 메디컬 테스트, LA에서의 공식 입단식 정도만 남은 상태다.
손흥민은 토트넘과의 계약이 내년 6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를 데려가기 위해선 LA FC가 토트넘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으로 갈 경우 생각했던 이적료를 절반 수준으로 내려 그의 새출발을 배려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4일 "토트넘과 결별을 발표한 손흥민이 이적료 약 2000만 파운드(368억원)에 LA FC와 계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이적료 파격 할인'을 단행했음에도 손흥민은 MLS 역대 최고 이적료를 깨트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록은 지난 2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미들즈브러(잉글랜드 2부)에서 에마뉘엘 라테 라스를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2250만 파운드다.
BBC는 손흥민의 경우, 이적료에 옵션이 붙어 있어 라스의 종전 최고액 기록을 넘을 수 있다고 알렸다.
연봉은 아직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으나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현재 MLS 연봉 3위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870만 달러(약 120억원)보다 많이 받는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2년 전 MLS에 입성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이적료 없이 자유계약 신분으로 인터 마이애미와 계약했다. 연봉은 2040만 달러(284억원)다.
LA는 한국인들이 33만명 거주하는 미국 최대의 한인 밀집 지역이다. 손흥민이 합류할 경우 축구 실력은 물론 구단 마케팅에도 큰 힘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A FC는 프랑스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2022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와 계약을 최근 해지하고 그를 프랑스 리그1 릴로 보내면서 손흥민 데려올 수 있는 연봉 재원을 마련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454경기를 뛰면서 173골을 넣었다. 프리미어리그로 한정하면 333경기에 출전해 127골 7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 가는 길이 곧 아시아 축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 출전, 최다 득점, 최다 도움에 모두 손흥민의 이름이 올랐다.
여기에 아시아 선수 그 누구도 타질 못했던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4번이나 수상했고 2021-2022시즌엔 감격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됐다. 2024-2025시즌엔 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토트넘 10년 활약의 서사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런 손흥민의 시대가 조금씩 안녕을 알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한껏 세웠던 손흥민이 축구 인생 '라스트 댄스'를 위해 LA로 떠났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